증권 일반
레버리지에 몰리고, 곱버스도 산다…폭락에도 멈추지 않는 ‘포모’
- [고개 드는 포모, 커지는 빚투] ②
올해 레버리지·인버스 ETF 동시 과열
“한 번에 만회” 심리 확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이 변동성 장세로 전환한 가운데 지수 상승과 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주식 시장에 뒤늦게 올라타 수익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버스 ETF에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고, 특히 하락에 베팅한 개인의 투자 규모는 올해 1조원에 달한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린 투자지만 손실 확대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락 당일, KODEX 레버리지 ETF 대거 매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과 4일 국내 증시는 급격한 변동성을 겪었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24% 하락한 5791.91에 마감했고,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보다 4.62% 내리며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4에는 코스피가 12.06% 떨어졌고, 코스닥은 14.00% 급락했다. 코스피 하락률은 경우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를 뛰어넘었다.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된 영향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진 결과다.
이런 급락장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는 오히려 공격적이었다. 지수가 하락한 3월 3일 코스피 상승에 2배로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에 4624억원을 매수했다. 당일 개별 종목 기준 순매수 규모로 보면 이 상품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2조6886억원), SK하이닉스(1조4922억원), 현대차(4972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개인은 같은 달 4일에도 이 ETF에 414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는 3~4일 동안 코스닥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8866억원 사들였다.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지수 반등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레버리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자 흐름은 올해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확산된 포모 심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상승 국면에서 수익을 충분히 거두지 못한 투자자들이 뒤늦게라도 투자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으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같은 고위험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들어와 3월 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를 총 60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이 상품을 각각 5580억원, 1134억원 순매도했다.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만 단기 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한 모습이다.
곱버스 동전주 전락, 전문가 “투자에 부정적”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에도 몰리고 있다는 점이 최근 장세의 특징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일 하락률을 2배로 추종한다.
개인 투자자는 올해 이 상품을 62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3월 3~4일 코스피 폭락 당시 이 상품에서는 개인의 매도가 대거 나왔는데, 증권업계는 손실을 일부 만회하려는 매도 물량으로 해석했다. 이 매도 규모를 제외하면 올해 1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상승에 역행하는 베팅을 한 투자자들의 성과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해당 ETF의 수익률은 지난 2월 27일 -61.3%를 기록했고, 지난 3월 4일 코스피 하락 영향에 -43.3%로 다소 올라왔다.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인버스 ETF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현재 264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288원, ‘RISE 200선물인버스2X’는 260원 그리고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242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부분 2000원 수준이었던 가격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곱버스 상품들은 사실상 ‘동전주’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인데다 올해 들어서도 순자산가치(NAV)가 반토막이 돼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이 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투기적 투자 흐름으로 보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실 위험이 훨씬 크다고 경고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성과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런 ETF 투자가 손실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급등락이 심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해당 상품들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상당히 증가했고 손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당시에도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성과를 빨리 내겠다는 포모 현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은 변동성으로 관련 ETF 출시가 개인 투자자의 투기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의 장기 및 단기 역추세 추종 거래 형태와 지나치게 빈번한 거래가 투자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활용해 큰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상품은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해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특히 포모 심리에 기반한 투자일수록 손실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흐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는 개인 투자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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