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동 전쟁으로 막힌 바닷길...보험사 '해상보험 리스크' 어느 정도일까
- 금감원, 전쟁 여파로 보험사 '재무 리스크' 점검
"1.7조 익스포저? 실제 보험사 부담 의미는 아냐"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집해 중동 상황과 관련한 보험 리스크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CFO들이 참석해 해상보험 가입 현황과 보험료 인상 상황, 보험금 지급 가능성 등을 공유했다. 당국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체류 중인 선박 관련 보험 계약 규모와 피해 발생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국내 선박이 미사일 공격 등으로 피해를 입어 보험금이 청구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재보험 시장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재보험사가 해상보험의 ‘전쟁위험 특약’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보험료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위험 규모가 제기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해상보험 익스포저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선박보험과 적하보험을 합친 규모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주요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실제 보험사 부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해상보험은 구조적으로 여러 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하고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사가 인수한 위험 중 상당 부분은 코리안리 등 재보험사와 해외 재보험사로 다시 출재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박보험은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가 단독으로 위험을 떠안기 어렵고 대부분 글로벌 재보험사와 함께 인수하는 구조”라며 “국회에서 언급된 익스포저 규모는 전체 계약 물량을 단순 합산한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쟁 상황에서는 해상보험의 보험료 체계도 크게 달라진다. 평상시 약 0.25% 수준이던 전쟁 위험 보험료율은 최근 1~3%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가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는 보험사가 임의로 요율을 올린 것이 아니라 재보험 시장에서 위험 평가가 바뀌면서 보험료가 조정된 결과다.
해상보험에는 보통 ‘전쟁위험 특약’이 별도로 존재한다. 전쟁이 발생하면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일정 유예기간을 둔 뒤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높아진 보험료율을 적용해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평시 기준으로 책정된 보험료로는 전쟁 위험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당장 보험사 재무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해상보험 규모 자체가 전체 보험시장 대비 크지 않은 데다 재보험을 통해 상당 부분 위험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보험료 급등과 재보험 인수 축소가 동시에 발생하면 해상보험 인수 구조가 흔들릴 수 있고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산업은 전쟁 영향이 다른 금융 산업보다 다소 늦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며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재보험 시장과 보험료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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