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外人 팔자 행렬 속출, 기관은 관망…투자 주체별 전략 ‘온도차’
- [다시 고개드는 ‘셀 코리아’]①
외국인 26조 순매도…기관·개인 ‘받아내기’ 구조 고착화
반도체·2차전지서 차익실현 압력...수급 구조 재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리 경로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된 영향이다. 외국인은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는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방향성 확인 전까지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며 수급을 떠받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매도-기관 관망-개인 매수’ 삼각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2월 13일~3월 18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6조2882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0조5502억원, 개인은 15조521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흡수했다.
단기 흐름에서도 이 같은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3월 12일~3월 18일) 동안 외국인은 4조8125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3조2433억원, 개인은 1조7703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기관과 개인이 나눠서 받아내는 구조가 명확히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기관의 매수 강도가 시장을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개인이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지수 방향성은 약하고 변동성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환율·유가…외국인 이탈 배경
외국인 자금 이탈의 핵심 배경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더욱 위축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강화되는 국면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환시장에서도 유사한 시각이 나온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시가총액 상위 핵심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매크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도체의 경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부담과 업황 변동성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흐름이다. 2차전지 역시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 속도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상태다. 결국 좋은 산업이지만 지금은 비중을 줄이는 구간이라는 판단이 외국인 매매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국인 복귀 전까진 변동성 장세”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일정 수준의 매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수를 끌어올릴 만큼의 강한 매수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사 역시 펀드 환매 부담과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방어적인 운용 전략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도 구간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단기 반등을 노린 매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종목에서는 신용거래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 쏠림과 함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 중심의 수급 구조가 이어질수록 지수보다는 종목별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수급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은 글로벌 금리와 달러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자금 이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고, 기관은 방향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관망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일정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이 점진적으로 유입되며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는 시점에 기관 자금이 유입될 경우 반등 탄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외국인이 매도하고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구조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버티기 장세’”라며 “금리와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변수들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외국인 자금의 본격적인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고, 당분간은 변동성이 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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