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부동산 정책 본질…‘시장과의 싸움’ 아닌 ‘균형의 기술’ [스페셜리스트 뷰]
- 공급 카드 꺼냈지만…135만호는 ‘먼 미래’
시장 이기는 것 아니라, 균형과 조화 이뤄야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자 6.27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6.27대책이 발표 다음 날부터 즉시 시행된 것은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책의 핵심은 실수요자는 지키고 다주택자와 갭투자자 등 투기 수요는 대출 차단으로 억제하려는 것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까지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80%에서 70%로 하향했다. 주택 구입 후 6개월 내 전입 조건이 신설되고 주담대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됐다. 또한 다주택자 및 갭투자자의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추가 주담대가 금지됐다. 물론 LTV는 0%로 적용됐다.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로 매수 할 경우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비규제지역은 LTV 70%, 규제지역은 LTV 50%까지 가능하다.
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규제 드라이브
한마디로 6.27대책은 다주택자, 갭투자자에게 대출 문을 닫고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규제 후 시장은 잠시 주춤했을 뿐 여전히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대출 규제의 효과가 3개월도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9월 9.7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9.7대책은 더 강화된 대출 규제와 2030년까지 착공 기준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출 규제는 LTV가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수도권 및 규제 지역에서 신규 주담대는 사실상 차단됐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제한됐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 신규 주택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공공 주도의 안정적인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착공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대책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차단을 동시에 목표로 했다. 공급과 규제를 조율해 시장 불안정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이런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자체가 단기 주택공급 정책이 아니라 중장기 정책이라는 점에서 당장 주택시장 안정에는 역부족이다. 또 공공주도형 주택공급만 강조해 민간주도형 또는 민관합동 방식의 주택공급은 크지 않아 실효성 면에서 어려워 보인다. 특히 주택공급시장은 80%가 민간 공급이다. 공공은 20%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 135만호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주택 수는 29만2000호)의 4.6배, 분당(주택 9만7600호)의 13.8배 수준이다. 4년 동안 실현 가능할까? 단기 주택공급 정책 없이는 시장 안정화는 불가능하다.
규제 강화할수록 양극화는 심화
이재명 정부는 주택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지속 상승하자 지난해 10월 10.15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서울의 4곳을 포함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즉시 시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렇게 지역규제로 지정되면서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매수하면 2주택자에게는 8%, 3주택자에게는 12%의 취득세가 부과된다. 전세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축소된다. 그리고 토지거래허가지역이 겹쳐 분양권 3년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 2년 이상이 추가로 부여된다. 사실상 전세를 낀 매매(갭투자)가 금지된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사업은 조합 인가 이후, 재개발사업은 관리처분 이후 거래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9.7대책에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지역은 모두 토지거래허가지역이 됐다. 다주택자는 물론 2년 거주 조건이 있어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더 늘어났다. 바로 부동산시장의 왜곡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지역규제의 영향은 생각보다 너무 넓은 지역을 광범위하게 규제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요자는 서울의 경우 2026년과 2027년에 주택 공급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주택자의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일원화되고 정비사업에서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은 6억원 이하까지만 가능하며 추가 주택 구입 시에만 규제된다.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원 이하는 6.27대책 때와 같이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적용되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한도를 차등 적용된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려 이를 거둬 들이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금 부자들과 1주택자가 자기 주택을 팔고 더 좋은 주택으로 이전하는 수요까지 규제하지 못한다. 오히려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져 내 집 마련이 힘들어졌다. 이는 결국 양극화를 더 초래할 것이다.
세제 부분도 강화된다. 지역규제 내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전면 배제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 가산세가 부과되고,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30% 가산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시적으로 2025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적용하지 않지만 기간이 도래하면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고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양도세도 1세대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이 강화된다. 규제 전에는 ‘보유 2년’이었으나 보유 2년에 ‘거주 2년’이 추가된다. 또 민간 매입 임대주택도 종부세 합산배제에서 제외된다. 전매는 주택의 경우 수도권은 3년, 지방은 1년 이상 전매가 제한된다. 단, 오피스텔은 1년간 전매 제한된다. 그러면서 세제는 추가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연구용역 중이라고 했다.
세제 손질은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조세 반발이나 조세전가가 나타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서울에서 주택을 매도하고 지방으로 이사를 갈 사람들도 있다. 양도세가 무서워 주택을 팔지 못하는 중장년층을 위해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들이 주택을 매도하고 고향이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제 규제는 잘못하면 오히려 주택가격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정부가 민간 분양 가격까지 통제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이점이 가장 큰 규제 중 하나다. 특히 청약 과열을 막고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우선 분양하기 위한 청약가점제도가 시행된다. 문제는 분양가격을 통제하면 당장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분양받을 때 낮은 가격으로 분양 받을 수 있어 좋겠지만 시장 가격과의 괴리로 인해 분양받은 사람이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모순과 ‘로또분양’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를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것이다. 물론 청약가점제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무주택자 우선 분양이기 때문이다.10.15대책에서 모두가 궁금해하면서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다.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 불법 행위 감독기구를 설치하고 산하에 수사조직을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불법, 탈법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지금도 국토교통부 내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다시 감독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수사권이나 처벌권까지 행사하게 되면 무소불위의 기구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법적으로 보장된 재산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정부는 올해 들어 추가 주택공급 6만호를 도심지 내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개발해 공급하겠다며 1.29대책을 발표했다. 이 발표 중 ▲용산역세권 개발 ▲태능 골프장 개발 ▲과천 경마장 개발 역시 쉽지 않은 사업이다. 과천의 경우 경마장 이전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주택공급대책에 포함했다. 만약 이전을 한다고 해도 이전부지에 대한 토지 보상과 경마장 건설만으로도 최소 4~5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이후 기존의 경마장을 헐고 인허가를 내야 신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주까지 다시 약 5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2030년까지의 공급은 불가능한 대책이다. 1.29대책의 공공부지와 유휴부지 개발은 대부분이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중장기 대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불안하다.
정부 역할은 통제 아닌 ‘균형’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공급이다. 주택공급 정책만큼은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주택수요의 증감과 유동성 자금(대출 규제와 완화, 이자율 등)의 증감은 경기 상황과 맞물려 변동성이 크다. 심리적 요인까지 작용해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수가 없어 시장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말 중 가장 널리 회자된 문장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부동산 시장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의 대상이다. 정부가 시장을 꺾겠다고 나서면 시장은 굴복하지 않고 왜곡된다. 거래를 멈추고 관망하거나, 매물을 잠그고 버티거나, 증여하거나 우회투자를 선택한다. 아니면 지역을 이동하는 등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돈의 흐름도 변화한다.
반대로 시장에만 맡겨두면 투기와 불로소득이 판을 치고, 결국 집 없는 사람의 주거비가 먼저 오른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승리’가 아니라 ‘균형’이다. “정부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말은 통쾌할 수 있으나, 정책 언어로는 위험하다. 시장을 상대로 전투를 선언하는 순간, 정책은 목적을 잃고 전투 수단만 남게 된다. 그래서 시장은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규제의 강도만 계산한다.
이재명 정부의 문제의식, 즉 자산 양극화와 투기 억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규제의 칼로는 당장 환자의 열을 내릴 수는 있어도 근본적 병을 고치거나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시장이 바뀌려면 예측할 수 있는 규칙과 실수요자에게 맞는 금융 구조 그리고 공급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신뢰와 믿음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을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살리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가 시장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순간 시장은 협조 대신 회피로 답하고 그 피해는 실수요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규제는 핀셋처럼 정교하게, 공급은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금융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그냥 필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3/03/isp20260303000042.400.0.jpg)
![“이 집에서 개가 제일 얌전”… 유튜브 ‘옥지네’가 보여주는 다정한 소란 [김지혜의 ★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2/22/isp20260222000072.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문경민 교수 "AI, 환자 악화 예측에 추가적인 눈…바이탈케어 택한 이유"[전문가 인사이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줌인] “테일러 스위프트 뛰어넘을 것”…최소 3조 ‘BTS 노믹스’ 본격 시작 [BTS 컴백 ①]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日다카이치 "세계 평화 줄 사람은 트럼프뿐" 美 파병 압박에 진땀(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단기물에 2조 집행한 SK하이닉스…반도체 머니 시장 유입 본격화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인공눈물로 안 낫는다”…휴온스 ‘염증 종료’ 안구건조증 신약 도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