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베컴 막내딸도 올라탔다…판 키우는 ‘세포라 키즈’ K-뷰티로 몰린다
- 하퍼 베컴, K-뷰티 앞세워 브랜드 출사표
알파세대, 뷰티 소비의 ‘실질적 결정권자’ 급부상
10대가 이끄는 ‘세포라 키즈’ 시장 부상 선점해야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글로벌 뷰티 시장의 중심 소비축이 더 어린 나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화장품 시장의 주류는 30~40대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가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막 10대가 된 이른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다. 비교적 자유분방하고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부모 아래서 자라 고가의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드럭스토어 세포라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이들이다.
세포라 키즈는 다양한 색조 메이크업은 물론 스킨케어 제품까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K-뷰티 업계가 세계적인 붐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알파세대는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전략적 소비층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퍼 베컴의 등판
최근 북미와 유럽 뷰티 업계의 관심을 모은 이는 데이비드 베컴의 막내딸 하퍼 베컴이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올해 14세가 된 하퍼는 올여름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 ‘히쿠’(HIKU BY Harper)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로고와 콘셉트 촬영까지 마친 상태로, 출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퍼는 전 세계 10대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그동안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신만의 일상은 물론 메이크업 루틴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유난히 하얗고 통통한 볼살을 가진 하퍼는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화장으로 풋풋한 매력을 발산해 왔다.
과도하지 않고 또래 소비자들이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터라 팬층도 두텁다. 데일리메일은 “히쿠는 하퍼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프로젝트”라며 “어린 나이에도 주도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퍼가 선보일 화장품 브랜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K-뷰티다. 하퍼는 히쿠를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뷰티 브랜드’로 소개했다.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순한 성분과 안정성,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글래스 스킨’으로 대표되는 피부 표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퍼 역시 K-뷰티만의 요소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브랜드명 히쿠는 한국어가 아닌 ‘끌어당기다’ ‘매혹하다’는 뜻의 일본어 ‘引く’다. 동시에 하와이어로 ‘7’을 의미하기도 한다. 숫자 7은 데이비드 베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달았던 등번호이자 하퍼의 미들네임 ‘세븐’과도 연결된다. 브랜드에 가족 정체성과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녹여낸 셈이다.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하퍼가 카일리 제너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거느린 최연소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14세 소녀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는 우려가 양분한다. 일부에서는 K-뷰티를 추구한다면서 일본어로 브랜드 네이밍을 결정한 것을 두고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화장품 사업을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는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셀럽 기반 뷰티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인 헤일리 비버가 그렇다.
헤일리는 2022년 뷰티 브랜드 ‘로드’를 창업해 10억달러(약 1조4205억원)에 매각하면서 돈방석에 올랐다. 하퍼의 경우 가족 구성원의 SNS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헤일리 못지않은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각별한 관리도 받는다. 하퍼의 어머니 빅토리아 베컴은 지난해 10월 이사로 재직 중인 ‘H7B 리미티드’를 통해 영국 지식재산권청에 히쿠의 상표와 로고를 출원했다. 화장품(3류)뿐 아니라 주얼리·가방·의류까지 출원 범위를 넓혔다. 향후 뷰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 둔 것으로 분석된다.
알파세대 시장 선점 필요
하퍼 베컴의 뷰티 브랜드 론칭은 전 세계 뷰티 기업들에 새로운 숙제거리를 안겨줬다는 평가다. 그저 ‘틈새 시장’으로 여겨졌던 알파세대가 실제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IQ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10대를 둔 가구의 연간 뷰티 및 퍼스널케어 지출액은 약 47억달러(한화 약 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성장률도 가파르다. 트렌드 분석 기관 민텔은 14세 미만 키즈 뷰티 시장이 매년 10~15% 성장하며 성인 뷰티 시장의 성장세를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알파세대 어린이의 약 80%가 부모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중 46%는 원하는 브랜드를 직접 선택할 만큼 주도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10대의 화장품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부작용이 잇따르자 관련 법안도 마련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성년자 대상 기능성 제품 판매를 제한하는 ‘세포라 키즈 법안’을 논의 중이다. 어린 청소년들이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레티놀 등 성인용 고기능성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가 피부 손상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알파세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적 요소는 물론 앞으로 늘어날 관련 법안에 맞춰 더 안전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론칭한 ‘베어 라 테르’는 “아기용은 지루하고 성인용은 너무 독하다”는 콘셉트의 알파세대 전용 브랜드다. 자극적인 기능성 성분을 배제하고, 어린이 피부에 최적화된 ‘3단계 순한 루틴’을 적용하며 까다로운 10대 소비자들의 구미를 맞췄다.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회피하면서 동시에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K-뷰티는 전 세계 알파세대가 원하는 ‘안전하고 트렌디한 뷰티’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다. ▲순한 성분 ▲신뢰할 수 있는 제조 공정 ▲10대의 니즈에 부합한 디자인으로 시장 선점도 충분히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알파세대는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니라 뷰티 업계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며 “K-뷰티가 새로운 소비자들을 맞이할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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