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동결의 역설’…공시가격 너머 보유세 인상 시나리오는 [공시가격 발표 이후] ①
- 보유세 급등 가능성…고가주택 부담 확대 전망
세율 대신 기준…‘조용한 증세’ 전략 예상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4년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세금 부담 완화 조치라기보다 보유세 인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현실화율은 묶였지만 최근 집값 상승분이 반영될 경우 과세 기반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공시가격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수도권 아파트 가격 반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동결이지만 시세 상승이 공시가격에 반영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보유세가 ‘우상향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세율 그대로인데 세금은 오른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개 조세·복지·행정 제도의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다. 주택 시세에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곱해 산출된다.
보유세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로, 앞단 변수만 조정해도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세율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세 부담을 높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로 2020년 로드맵(90%)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다시 끌어올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세제개편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서는 75~8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산세는 60%, 종합부동산세는 80% 수준인데, 이를 각각 1~5%포인트만 상향해도 과세표준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세율은 그대로 두되 과세 기준을 높이는 ‘조용한 증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 인상 흐름은 일부 핵심 지역에서 수치로 확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서울 강남과 용산, 한강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세 부담 증가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유지하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8% 이상 상승하면서 공시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실화율이 그대로라도 시세 상승이 반영될 경우 과세표준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반영될 경우 부담은 한 단계 더 확대될 수 있다.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높일 경우,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1주택자의 보유세는 약 1478만원에서 2210만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 폭만 약 50%에 달한다.
이처럼 공시가격 상승과 과세 기준 조정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세율을 유지하더라도 보유세 부담은 가파르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일수록 과세표준 구간이 올라가면서 세율까지 함께 높아지는 ‘이중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더 클 수 있다.
정부의 세제 방향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보유 부담 확대·매도 압박’이다.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가운데, 보유세 부담까지 높아질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압박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 부담 키우고 매도 압박 강화”
이번 세제 변화의 핵심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율 인상은 조세 저항을 유발하지만, 과세 기준 조정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실화율(행정) ▲공정시장가액비율(시행령) ▲장기보유특별공제(법 개정) 등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보유세 체계를 조정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이 가능해 정책 실행 속도가 빠르다. 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0년 이상 보유 시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관련 제도 변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체계 전반의 재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세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과세 기준을 조정하면 체감 세 부담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는 부담을 줄이면서 재정 효과를 확보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세제와 금융을 아우르는 수요 억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 중심이었던 규제 대상을 고가 1주택자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이 시장에서 유력한 정책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직접 조정 가능한 수단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시행령이나 행정 계획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변수로서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연말 종합부동산세 고지 시점이 시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부담이 실제 고지서로 확인되는 시점에서 매물 출회 여부와 투자 심리가 크게 영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세율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체계 전반의 재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지방재정 확충 논의와 맞물려 추가적인 세제 개편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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