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포털에 게임까지 뗐다…카카오 정신아의 독한 ‘AI 다이어트’
- 기업 체질 전면 개편
‘고용 불안’ 해소 과제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연임에 성공한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인공지능(AI)에 올인하는 ‘독한 다이어트’로 군살을 쫙 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경영 효율화 행보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과감한 사업 정리 과정에서 불거진 직원들의 고용 불안 해소는 임기 2기의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 지으며 AI 중심의 미래 비전 전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 2024년 3월 취임한 정 대표는 그간 그룹 구조를 재편하고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정비하는 등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핵심 사업에 역량을 재정비하며 내실을 강화한 결과, 카카오는 202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연결 매출 8조원을 돌파하고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이처럼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축인 AI와 카카오톡 중심의 성장을 향해 경영 기조를 완전히 전환한다. AI 사업의 경우 지난해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챗GPT 포 카카오’로 확보한 사용자 접점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일상의 편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플레이MCP’와 ‘AI 에이전트 빌더’를 도입해 다양한 외부 파트너를 카카오 AI 생태계로 연결한다. 이미 올리브영·무신사·현대백화점 등과 손을 잡았다.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차별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자산인 카카오톡도 일평균 체류시간 반등에 힘을 쏟는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에 빼앗긴 이용자들을 AI 서비스로 다시 끌어들여 일평균 체류시간을 20%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톡비즈의 구조적 매출 개선을 노린다.
성장의 결실을 주주와 나누는 주주 친화 경영도 강화한다. 배당 가능 이익 확대를 위해 주식발행초과금 1000억원을 감액하고, 배당금 총액을 전년 대비 10% 늘리기로 했다. 또 보유 자사주 절반 이상을 소각하고 주요 경영진이 자사주를 적극 매수하는 등 책임 경영을 펼친다. 정 대표는 “2026년 연결 매출 10% 이상 성장과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주주들의 기대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슴 아픈 손절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카카오는 그간 공들여 키워온 비핵심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앞서 3월 25일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지분 구조 재편을 발표했다.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 법인 LAAA 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로부터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에 참여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LAAA 인베스트먼트가 최대 주주가 되며,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물러나 전략적 협력을 이어간다.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포털 다음 운영사인 자회사 AXZ와의 이별도 공식화됐다. 카카오는 AXZ 지분 전량을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넘기고 업스테이지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주식 교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14년 다음 합병 이후 11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부진한 포털 사업 부담을 덜고, 업스테이지는 방대한 포털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윈윈’으로 보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다음 서비스에 결합해 차세대 AI 플랫폼을 완성할 예정이다.
헬스케어 사업도 재편됐다. 2025년 연말 차바이오그룹이 800억원에 카카오헬스케어 경영권을 인수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동맹’을 맺었다. 카카오는 지분 매각과 재투자로 차바이오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AI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적 관계를 형성했다.
이에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익성 낮은 콘텐츠 자회사를 다수 보유한 카카오엔터는 K팝 아티스트 영역에서 아직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초유의 사법리스크로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와의 마찰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피지컬 AI 등 중장기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FI) 변경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멀티플 우상향 기대 속 고용 불안 비명
정 대표는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작년 말 94개까지 줄였다. 목표치인 80개에는 못 미쳤지만 두 자릿수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행보에 시장은 긍정적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수익 자회사 손익 개선 노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카카오톡 광고 성장과 AI 생태계 확장이 기대된다”며 실적과 멀티플(주가 배수)의 우상향을 전망했다.
다만 내부 결속은 여전히 난제다. 카카오 노조는 정 대표 연임이 결정된 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분사와 매각, 인력 감축”이라며 “경영 쇄신의 결과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카카오는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용 불안에 대한 대책을 협의해야 한다”며 “인사 실패를 반복하며 경영진이 성과를 독점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노조는 공동교섭 요구안을 만들어 회사에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측은 “크루들과 꾸준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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