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동 ‘2주 휴전’에 '高환율·高물가' 숨고르기…기준금리 어떻게 움직이나
- [신임 한은 총재의 과제]①
유가·물가 압박에 금리 ‘인상론’…3%대 물가 진입 분수령
美 연준 ‘동결’ 장기화에 무게…한·미 금리차 좁혀지나
영끌족·소상공인 이자 부담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신현송 신임 총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둔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 향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 증가, 물가 상승률 확대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가 상승률 3%대 진입 초읽기
한국 시간 8일 오전 9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2주간의 일시 휴전’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쟁 확산이라는 파괴적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지만, 외환 및 원자재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선을 위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고스란히 국내 물가 압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하며 반등을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분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는 4~5월 중 물가 상승률이 최대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5월에서 8월 사이 물가 상승률이 2.9~3.0%에 달할 수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이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심은 신임 한은 총재 후보자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신현송 후보자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으로 분류됐었다. 그는 평소 금융 불균형 해소와 자본 흐름의 안정을 강조해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감지되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향후 한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6일(현지 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웃돌면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90% 이상 사라진 상태다. 7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중동 전쟁 시나리오별 미 달러화 향방 점검’ 보고서를 보면 연준이 6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2.2%로 조사됐다. 지난 2월 42.7%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도 3.9%에서 72.4%로 커졌다.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한국 물가가 치솟으면 신 후보자 역시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 차주·소상공인 부담 우려
문제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려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은 환율과 물가를 잡는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차주와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부담을 키워 내수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이자 상환에 쓰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게 된다. 최근 주담대 상한이 7%를 넘기면서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가계의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5년 전보다 2배로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소상공인과 기업도 대출금 상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를 겪는 소상공인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직면한 기업들도 기준금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아직은 ‘지켜보자’고 말하면서 한은도 사태를 주시하며 금리 향방을 선택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파월 의장은 3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하버드대 초청 강의에서 “현재 통화정책은 (이란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리며 지켜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경제적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대응할지의 문제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 충격은 대체로 꽤 빠르게 왔다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고 긴축 효과가 나타날 즈음에는 유가 충격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은) 일반적으로 공급 충격은 어떤 종류든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은의 부담도 줄게 됐다. 신 후보자는 3월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화금융플라자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환율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달러 유동성 부분이 양호한 만큼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530원 수준이었다. 휴전 직후인 8일 환율이 1470.6원을 기록한 것을 보면 원화 가치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큰 우려는 없다”고도 했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판단하고 움직일 것임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잘 읽고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 구조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호응하는지, 어떤 효과를 보일지 충분히 파악한 다음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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