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고배당은 부자만의 것?”…소액주주 위한 세제 개편 신호 나와 [증권가 레이다]
- 3월 국장은 ‘단타’ 중심 시장 구조 뚜렷
현 분리과세는 “장기 투자 유인 부족”
소액주주 위한 배당 세제 개편 필요성 부각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배당은 부자만의 것.”
오랜 기간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배당은 일부 고액 투자자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분리과세 혜택 역시 고배당을 받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에게는 ‘장기 투자’의 실질적인 요인이 되기 어려웠다.
정부가 최근 ‘배당’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도 변동성 장세 속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에 올라타는 ‘한탕 매매’ 중심의 투자 행태를 장기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장기 투자 기반을 다지기 위한 핵심으로 ‘소액주주를 위한 과세 개편’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널뛰기 코스피에 몰린 ‘단타 자금’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외부 충격에 따라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3월 들어 4월 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총 9차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5% 이상 또는 이하로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해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이런 변동성과 함께 단타성 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된 모습이다. 3월 3일부터 4월 10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전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기록한 상품은 코스피 상승에 2배로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13조5123억원)’다. 3위는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11조7756억원)’였다. 최근까지 국장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자금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 투자 인센티브가 부족할수록 시장은 과열과 급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차익보다 장기적인 현금 수익을 보고 주식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국내 증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시장의 관심이 다시 ‘배당’으로 모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4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소액 투자자 중심의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김동환 성장경제분과 전문위원의 소액 투자자 대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말씀”이라며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소액 투자자에게도 유리한 배당을 통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안정적인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소액주주 세제 개편, ‘장기투자’ 이끈다
최근까지 정부가 추진한 배당 정책은 증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지만 ‘고액 투자자’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간다는 문제도 여전히 안고 있었다. 배당소득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분리과세가 적용되면서 종합과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는데, 이 혜택은 연 2000만원이 넘는 배당을 받는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어서다.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 14%의 세율이 적용되는 배당보다 수수료만 부담하는 시세차익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배당소득 과세제도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일반 투자자 다수는 세 부담 측면에서 배당소득보다 자본이득을 더 선호한다”며 “동일한 투자 행위에서 발생하는 소득임에도 불구하고,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간 과세 방식과 세율 구조, 공제 제도의 차이로 인해 세제의 일관성과 중립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당 세율을 낮추는 것이 배당 확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즈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2005년 발표한 ‘배당소득세와 기업 행동 변화(Dividend Taxes and Corporate Behavior)’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배당소득세 감면 이후 비금융 및 상장 기업의 배당금 지급액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은 기업 실적과 연계된 ‘현금 흐름’이라는 점에서 가장 직관적인 장기 투자 인센티브로 꼽힌다. 최근 배당 정책 변화도 중요한 투자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매각 및 소각, 배당 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만약 여기에 더해 소액주주 중심의 세제 인센티브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는 6000선을 넘어 7000선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우려는 ‘과열’로 인한 급락 가능성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방산 등 일부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 탓에 특정 업종의 실적 둔화나 사이클 변화는 투자자들의 주요 불안 요인이다.
하지만 꾸준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배당 정책이 소액주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국내 증시의 대형주 의존성을 낮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시장 전반에 깔린 ‘한탕 수익’ 구조를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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