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막혔던 길 뚫렸다…호르무즈 봉쇄 후 첫 ‘홍해 우회’ 원유 수송 성공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중동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 우리나라 유조선이 처음으로 우회 항로를 통해 원유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막혀 있던 해상 운송로가 일부 복구되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한 대응 카드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국내 선박이 우회 항로인 홍해를 따라 항해를 마치고 안전하게 이동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홍해를 활용한 첫 원유 수송 사례다. 그동안 중동발 원유 운송은 사실상 제약을 받아왔지만, 이번 항해를 계기로 제한적이나마 대안이 확보됐다는 의미를 가진다.
홍해는 현재 대표적인 고위험 해역으로 분류된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거점으로, 선박 공격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10월 이후 이 지역에서는 70건이 넘는 선박 피격 사례가 보고됐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해당 해역 운항을 최소화하거나 우회 노선을 선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항해는 단순한 운송을 넘어 ‘위험을 관리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양수산부는 선박이 홍해를 통과하는 동안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항로별 위험 정보 제공, 선사와의 상시 통신 체계 구축 등으로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선원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 체계도 함께 가동됐다.
정부 차원의 준비도 선행됐다. 지난 6일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우회 항로 확보 방안이 논의됐고, 홍해 활용이 주요 대안으로 검토됐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업계가 협력해 실제 운송으로 이어졌다.
이번 수송은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으로 꼽히는 만큼, 봉쇄 장기화 시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만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홍해 역시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항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력 충돌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향후 운항 확대 여부는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대체 항로는 확보됐지만 안정적인 수송망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당분간 ‘안전 중심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원유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관계기관과 협력해 우리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고 원유 수송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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