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미래車, 중심엔 현대차그룹 ‘플레오스 커넥트’ [가봤어요]
- 직관적이고 간결한 플레오스 커넥트
덜어냄 강조한 현대차그룹 개발진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또 한 번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9일 공개한 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겉보기엔 익숙했지만, 내부는 전혀 달랐다. 주인공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다. 자동차를 기능이 고정된 기계가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는 플랫폼으로 보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차 UX 스튜디오 서울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첫 양산형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오스 커넥트를 직접 조작해 보니, 그간 과학 영화 속에서나 보던 차량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철학
차량 판매 기업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차량을 매개로 고객의 이동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인가. 현대차그룹이 스스로에 던진 질문이다. 그동안 자동차의 가치는 엔진 성능·승차감·디자인·연비·가격 같은 요소로 평가됐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면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왼쪽은 속도·경고등·주행 가능 거리 등 기존 계기판 역할을 한다. 오른쪽은 내비게이션과 음악·영상·차량 설정 등 다양한 앱을 실행하는 공간이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동시에 음악 앱을 조작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화면 전체를 미디어 감상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조작 방식은 낯설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다뤄본 사람이라면 별도 학습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화면을 넘기고, 앱을 띄우고, 자주 쓰는 기능을 고정하는 방식이 직관적이었다. 평소 사용하는 태블릿 PC나 패드를 조작하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사용 중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윤한나 현대차·기아 내비게이션개발팀 연구원은 “내비게이션은 복잡성을 낮출수록 더 나은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된 플레오스 커넥트 내비게이션을 통해 고객들의 이동 경험이 한층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기능은 단연 ‘글레오 AI’였다. 글레오는 플레오스 커넥트에 탑재되는 AI 음성 어시스턴트다. 기존 차량 음성인식이 정해진 명령어를 알아듣는 수준이었다면, 글레오는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에어컨 끄고, 무드등을 숲속 느낌으로 바꿔주고, 라디오 켜줘”처럼 여러 명령을 한 번에 말해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인상적인 것은 차량 기능과의 연결성이다. 글레오는 내비게이션·공조·시트·창문 등 차량의 여러 기능과 연동된다. 운전자가 통풍시트를 켠 뒤 동승자가 “나도 켜줘”라고 말하면, 앞선 대화와 발화 위치를 토대로 동승석 통풍시트를 켜는 것도 가능하다.
풀어야 할 숙제는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개방형 앱 마켓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네이버 지도·유튜브·스포티파이 등 외부 서비스를 차량 안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고, 향후 더 많은 개발자가 참여해 앱을 배포할 수 있다. 다만 앱이 정상 서비스처럼 위장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차량 데이터에 부적절하게 접근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앱에 대해 사이버 보안 관점의 심사와 검증을 거치고,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보안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보안의 영역에선 100%를 장담할 수 없듯, 현대차그룹도 보안이 100%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개인정보 처리 문제도 중요하다. 글레오 AI가 고도화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려면 사용자의 출근길·자주 가는 장소·선호하는 서비스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모두 민감한 개인정보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똑똑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를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운전자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은 셈이다.
윤치형 포티투닷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 그룹 GL은 “차량에 앱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모든 앱이 사이버 보안 관점의 심사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앱 마켓과 운영체제 설계 차원에서도 기본적인 보안 절차를 적용하고 있고, 관련 법규와 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보안 체계를 갖추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레오 AI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차량 기능을 제어한다. 그러나 생성형 AI 특유의 ‘환각’ 문제는 자동차 안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틀린 정보를 말하는 것과 차량 기능을 잘못 실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호 포티투닷 글레오 AI 그룹 TL은 “차량 기능을 추론할 때 잘못된 기능을 실행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지침과 규약을 통해 정확한 기능을 실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AI의 환각은 참조 지식을 늘려가며 방지하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또 성적 내용이나 도박 등 부적절한 질문은 가드레일 에이전트를 통해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한다. 이후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신차로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약 2000만대 차량에 적용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존 현대차·기아 차량에 플레오스 커넥트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새로운 제어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인 만큼,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하드웨어 구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기존 차량 이용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기존 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지원은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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