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네이버 심장 ‘녹색창’ 대신 ‘AI탭’…이제 반격의 시간
- 검색서 실행까지 ‘통합 비서’
‘무기’ UGC로 빅테크 넘는다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지각생’의 오명을 벗고 글로벌 빅테크를 단숨에 쓸어낼 비기를 꺼내 들었다. 식당이나 화장실의 남녀 구분 여부와 쌈 채소의 종류까지 파악해 검색부터 예약까지 대화 한 번으로 끝내는 토종 AI 비서가 ‘녹색창’을 등에 업고 무대에 올랐다.
네이버가 4월 27일 자사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AI 검색 ‘AI탭’의 베타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를 바탕으로 탐색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구조로 눈길을 끌었다. 개인용 컴퓨터 메인 검색창이나 ‘AI 브리핑’ 하단, 쇼핑과 플레이스 통합검색 결과 등에서 AI탭을 경험할 수 있다.
네이버가 검색의 상징과도 같은 ‘녹색창’의 역할을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하반기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지만 서비스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외산 서비스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며 우려를 샀다. 당시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금리 상승 이슈까지 겹치며 한 달 만에 4조원 가까이 증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의 이점을 살린 차별화 서비스를 앞세워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AI가 요약 답변을 제공하는 AI 브리핑은 지난해 3월 도입 이후 전체 검색 질의의 20%에 적용되며 실질적인 검색 경험 개선을 이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웹 분석 서비스 인터넷트렌드 기준 한때 5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네이버의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은 60%대를 회복했으며, 올해 2~3월에는 일시적으로 70%를 웃돌기도 했다. 해외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확산이 오히려 네이버가 제공하는 최신의 구체적인 정보 확인으로 이어지는 교차 검증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빅테크엔 없는 네이버만의 자산은
이번에 베타 론칭한 AI탭은 네이버가 보유한 방대한 블로그·카페·지식인 등 독보적인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생태계를 AI 기술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정보 요약을 넘어 실제 이용자들이 공유한 경험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 의도에 가장 적합한 답변을 제시한다.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는 해외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명확히 확인됐다. 범용적인 질의에서는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의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한국적 맥락이 필요한 구체적인 요청에서는 네이버만의 강점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내일 강남에서 카공하기 좋은 카페 중 콘센트가 있고 좌석이 넓다는 후기가 많은 곳을 추천해줘”라는 질문에 AI는 실제 방문자 리뷰와 플레이스 정보를 종합 분석해 분위기와 반응을 안내한다.
쇼핑 영역에서도 두드러진 성능을 보인다. “신혼부부가 많이 구매하는 4도어 냉장고를 추천하되 결혼 준비 카페 후기가 많은 제품으로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네이버 카페의 실제 후기를 바탕으로 제품 선택 가이드와 추천 상품을 제안한다. 이는 실시간 정보 연동이 되지 않거나 리뷰 데이터가 부족한 해외 서비스가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화장실이 깨끗하다거나 깻잎을 주는지와 같은 상세한 정보는 실제 방문자가 쓴 후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네이버에서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주는 상황에서 AI탭이 더 나은 품질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적 신기록 이끌 ‘최수연표 AI’
네이버의 AI 전환은 실적 수치로 조금씩 증명되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411억원, 영업이익 54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3%, 7.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핵심 먹거리인 광고 사업에서 AI가 50% 이상의 기여도를 나타내며 존재감을 각인하고 있다.
증권가도 네이버의 본격적인 AI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브리핑 광고는 2분기 테스트 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시해 수익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4분기에는 AI 탭 광고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AI의 서비스화로 인한 광고·커머스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가 멤버십 고객을 베타 서비스 대상으로 지목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멤버십 고객은 네이버의 핵심 사용자로, 이들의 구매 이력·검색 기록·콘텐츠 소비 이력 등 풍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AI는 반려동물용품을 자주 구매하는 사용자가 ‘고구마’라고만 입력해도 일반 식자재 정보가 아닌 “강아지 간식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까요?”라고 먼저 제안한다.
또 네이버는 ‘오케스트레이션’(조율)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개 소스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 목적에 최적화된 모델을 적용한다. 쇼핑 부문에는 상거래에 특화된 수직적 모델인 ‘쇼핑 인텔리전스’를 적용하고, AI탭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범용 모델을 배치하는 식이다. 향후 ▲뷰티 ▲여행 ▲건강 ▲매물 등 전문 분야에 맞춘 수직적 모델을 지속해서 학습시키고 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내에 AI탭의 적용 범위를 전체 사용자 및 모바일 메인 검색창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내에는 텍스트·이미지·음성을 결합한 다중모드 검색 경험을 강화하고, AI가 사용자에게 선제적으로 추가 질의를 제안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할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탭은 탐색에서 실행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네이버 검색 패러다임의 전환점”이라며 “궁극적으로 실행까지 연결되는 통합 비서를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타 운영 기간 확보한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응답 속도를 최적화하고 정교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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