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디지털 식민지’ 경계하는 中·日…AI 주권 놓고 ‘독립 경쟁’ [막오른 AI 3차 대전…전선이 바뀌었다] ②
- 데이터·인프라까지 확장된 경쟁…AI는 ‘국가 전략 자산’
자립형 생태계 구축 속도전…글로벌 질서 재편 신호
中·日, ‘기술 주권’ 확보 왜 나섰나
중국과 일본이 AI 산업에 대규모 자본과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기술 주권’ 확보가 있다. AI가 단순 신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 산업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통제력과 산업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중국은 미국 중심 기술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농업·물류 등 전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AI 플러스(+)’ 전략으로 응용 범위를 확대하며 산업 구조 전반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소프트웨어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국 데이터와 서비스 기반의 자립형 AI 구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패권 경쟁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 미국 빅테크 의존 심화에 따른 데이터 유출과 안보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자체 AI 인프라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제조·서비스·헬스케어 전반에서 로봇과 AI 결합을 통해 생산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中, 성능 격차 축소…日, 산업 결합 가속
중국은 자본·데이터·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중국 AI 모델의 성능은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했고,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상위 모델 간 성능 격차는 약 2%포인트대까지 축소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독주 체제가 약화되고 중국이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하드웨어 자립도 병행되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중국은 자국산 AI 칩 비중을 확대하며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일부 국산 칩은 글로벌 상위 제품 대비 상당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정책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AI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나섰다. AI를 포함한 미래 산업 R&D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후반대로 끌어올리고,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제조 경쟁력과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소프트뱅크·혼다·소니·NEC 등 주요 기업이 공동 출자해 대형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를 로봇·자동차·콘텐츠 산업에 적용하는 구조다.
금융과 철강 기업까지 참여하는 등 산업 전반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도 특징이다. AI를 중심으로 기존 산업을 재편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있다. 손 회장은 생성형 AI를 차세대 산업 패권의 핵심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고, 동시에 일본 내에서는 자국 중심 AI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는 ‘외부 투자–내부 자립’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인프라 확보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폭스콘과 협력해 일본산 AI 서버 개발에 나서며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부터 5년간 국산 AI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1조엔(약 9조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정부와 민간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개발을 포함해 총 3조엔(약 2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결국 일본의 AI 전략은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조·로봇·금융·통신을 결합해 자국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구조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패권 가져올 수 있을까…‘다극 체제’ 전환 가능성
중국과 일본이 단기간 내 미국의 AI 패권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최상위 모델과 핵심 인프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 구도는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와 산업 적용을 기반으로 확산 속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일본은 제조·로봇과의 결합을 통해 특정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산업이 특정 국가 중심의 독점 구조에서 다극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프런티어 AI를 주도하고, 중국이 산업 확산을 이끌며, 일본이 물리 산업과의 결합에서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이원태 국민대 특임교수는 “AI는 국방·사이버안보·제조·금융·공공 행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어느 국가도 특정 플랫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기술 주권과 체제 경쟁, 일본은 산업 재건과 국가 생존 차원에서 AI를 바라보고 있다”며 “향후 미국 1강 체제보다는 다극 경쟁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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