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전세난 대응 나선 정부…비아파트 매입임대 9만호 공급
-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6.6만호 집중
전세사기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 회복 시동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전세시장 불안과 비아파트 공급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2년간 6만6000가구를 공급하고, 민간 사업자 금융 지원도 강화해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축인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그중 6만6000호는 규제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빨라 1~2년 안에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 애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전세사기 여파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공사비 급등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을 공공이 직접 떠받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 빌라·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은 서울 도심 전월세 공급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공급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3061가구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고 착공 물량도 3만1215가구로 7.7% 줄었다. 최근 3년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장기 평균의 20~30%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우선 2026~2027년 수도권에 총 9만가구의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 규제지역에는 신축 5만4000가구, 기존주택 1만2000가구 등 총 6만6000가구를 집중 배치한다.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목표 물량을 초과하더라도 추가 매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매입 방식도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한 동 전체를 LH가 매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일부 세대만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부분 매입’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100가구 규모 사업장에서 20~50가구만 공공이 매입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최소 매입 기준도 낮춘다. 서울은 기존 19가구 이상에서 10가구 이상으로 완화하고, 경기 역시 기존 기준을 대폭 낮출 예정이다. 규제지역 내 기존주택 매입 시에는 건축연한 제한도 사실상 적용하지 않아 매입 대상 범위를 넓힌다.
토지비 80% 지원·PF보증 확대
민간 사업자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확보 지원금은 기존보다 확대돼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지원된다. 나머지 토지비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보증 강화를 통해 조달하도록 해 사업자의 실질 부담을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착공 이후 공사비 지급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골조 공사 완료 ▲준공 ▲품질검사 이후 등 3단계로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나눠 지급한다. 정부는 건설사의 현금 흐름 부담을 줄여 공사 중단 리스크를 낮추고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연동형 사업에는 ‘선 착공-후 공사비 검증’ 방식도 도입한다. 인허가 이후 바로 착공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축해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대신 토지 확보나 인허가가 장기간 지연되는 사업장에는 약정 해지 등 페널티를 부과해 사업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전월세 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 속도를 단기간에 높이기 어려운 만큼 비아파트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적인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특히 공공 매입임대가 전세사기 우려를 줄여 수요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현재 전월세난에 대한 즉각적인 단기 처방이 될 수 있다”며 “토지비 지원 확대와 PF보증 강화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사실상 붕괴 직전의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에 공공이 회복의 마중물을 제공하는 정책”이라며 “비아파트 공급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보다는 공공이 일정 수준의 공급을 유지하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계도 지적된다. 함 랩장은 “6만6000가구는 2년 누적 기준으로 연간 약 3만가구 수준에 불과해 서울·수도권 전체 임대차 시장 가격을 본격적으로 안정시키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번 정책은 전세가격 하락보다는 월세 급등 압력 완화와 비아파트 공급 절벽 방지 성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LH의 적극적인 매입 과정에서 일부 부실 사업장이 연명하는 부작용이나 공공 재정부담 확대 가능성도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민간 비아파트 시장이 자생적으로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임대사업 제도 정상화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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