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금융으로 발길 돌린 차주들…주담대 10조6000억원 증가
- [가계대출 풍선효과]①
1분기 가계신용 1993조원, 사상 최대…2금융권 주담대 증가폭↑
금리 상승세 지속, 고위험 가구 상환 부담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문턱이 유례없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필요한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상호금융·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1금융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비싼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차주들이 급증한 것이다.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대출 금리마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고위험 가구를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문턱 높이자 2금융권으로 발길 돌리는 차주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14조원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출의 질적 변화다. 시중은행(1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상여금 등에 의한 신용대출 상환 등으로 인해 2000억원 감소하며 숨을 고른 반면,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분기에만 8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2금융권 내 주택관련대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2금융권 주택관련대출은 10조6000억원이나 늘어나며, 2007년 4분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혜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속에서, 1분기 목표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기 전 더욱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한 측면이 있다"며 "신용대출의 경우 상여금 등으로 상환이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대출 이동’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1.5%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1.7%)보다 더 축소된 수치로, 가계대출 확대를 강하게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일부 시중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선제적으로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강화하고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본격적인 위험(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수요는 2금융권으로 향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역농협·수협 등 상호금융 여신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419조6918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412조5700억원과 비교해 7조1218억원 급증한 규모다. 신협은 107조8411억원에서 110조3961억원으로 2조5550억원 늘었고 새마을금고는 183조1343억원에서 184조2726억원으로 1조1383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여신은 지난해 말 93조4291억원까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1분기 말 95조118억원으로 1조5827억원 불었다. 이들 금융사에 자산운용·생명보험 등을 더한 비은행금융기관 전체 여신은 1분기 말 1455조1210억원으로 지난해 말(1430조8577억원)보다 24조2633억원 늘었다.
주담대 금리 하단 5% 육박 … 기준금리 인상 공포 선반영
자금을 구하기 위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차주들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월 22일 기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53∼7.13%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동 전쟁의 휴전 가능성 등 대외적 불안 요소가 완화될 기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지표 금리인 5년물 금융채 금리 상승분(0.10%포인트)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하단은 연 5.07%로 올라섰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5%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2년 10월은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시기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3.00%였다. 현재 기준금리(2.50%)가 당시보다 0.50%포인트나 낮음에도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금융시장이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금융자산 가격 조정 등이 동반될 경우 부채 증가폭이 컸던 고위험 가구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으로 대출의 2금융권 쏠림 현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팀장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선행된 대출 수요가 1분기 지표에 집중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상호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확대 자제 요청 및 접수 중단 조치 등이 이어졌기 때문에, 향후 2금융권 대출이 지금처럼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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