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피 불장 속 고배당 은행지수 16.8%↓…‘배당주’의 눈물
- 코스피 8000 돌파에도 은행·증권·통신주 부진 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심화에 배당 투자 매력 약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통신 등 업종은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자금이 성장주로 집중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고배당 전략을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수익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배당 ETF도 줄줄이 마이너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지난 2월 20일 고점 이후 이날까지 16.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고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은행주 부진은 개별 종목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주에 대한 수급은 약화됐다. 과거 금리 상승기와 배당 시즌에는 방어주 역할을 하던 은행주가 이번 상승장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종 전반도 비슷한 모습이다. KRX증권지수 역시 같은 기간 16.09%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거래대금 급증으로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최근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며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고배당 종목인 KT는 종가 기준으로 2월 20일 6만9000원에서 5월 29일 5만2800원으로 8.55% 하락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높은 배당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성장성과 주가 상승 여력을 더 높게 평가하면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배당주 부진은 ETF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은 이달 들어 7.40% 하락했다. ‘KODEX 금융고배당TOP10’ 역시 같은 기간 7.52%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고배당 ETF인 ‘KIWOOM 코리아고배당’도 11.13% 하락하며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KIWOOM 코리아고배당’ ETF는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20개 기업에 투자하는 월배당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 중심의 급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배당주 팔고 반도체 샀다
시장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현상을 ‘극단적인 주도주 쏠림’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종목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되면서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50%를 넘어서는 등 시중 자금이 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종목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298조130억원, 24조88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은행주 대장주인 KB금융은 257억원 순매도했고, 통신주 대장주인 KT는 303억원어치를 팔았다. 배당주 투자 규모는 줄이고 반도체 종목에 집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은 반도체, AI 인프라, 전력기기, 원전 등 성장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반면 은행·통신 등 전통적인 배당 업종은 안정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배당주 약세가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배당 업종의 경우 실적 악화보다는 수급 이동에 따른 주가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높은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통신사 역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AI와 반도체 중심의 성장주 장세가 극단적으로 강화된 상황”이라며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주도주가 분산되는 국면에서는 다시 방어주와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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