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대 vs DL·삼성 vs 포스코…압구정·반포 수주전 ‘운명의 30일’
- 브랜드타운·하이엔드·체감형 금융조건 놓고 조합원 표심 경쟁
한강 조망·분담금·로보틱스까지…강남 재건축 수주전 진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가 30일 나란히 시공사 선정 총회에 들어간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압구정과 반포권에서 맞붙으면서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전의 정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조합과 신반포19·25차 조합은 30일 각각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한강 조망 특화 설계와 하이엔드 브랜드, 금융 지원 조건은 물론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반 미래형 주거 기술까지 경쟁이 확산하면서 강남 재건축 수주전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구정 현대 완성” vs “아크로 압구정 진입”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5 재건축정비사업(압구정5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2차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재건축 이후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총 공사비는 약 1조4960억원에 달한다.
이번 수주전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맞대결로 압축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압구정 현대’ 브랜드 계승과 ‘아크로 압구정’이라는 신규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 간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압구정 재건축 전체 판도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압구정 재건축은 총 6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압구정2·3구역은 현대건설이 이미 시공권을 확보했고 압구정4구역은 삼성물산이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압구정 현대 갤러리'를 제안하며 기존 '압구정 한양'을 '압구정 현대'로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회사는 미래형 하이엔드 주거 콘셉트인 ‘뉴 비욘드(NEW BEYOND)’를 앞세우고 있다. 전 가구에 ‘제로월(Zero Wall) 240도 와이드 파노라마 뷰’를 적용하고 17m 높이 필로티와 3m 우물천장고 설계를 반영했다. 외관은 영국 건축그룹 RSHP와 협업해 하이테크 스타일로 구현하고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과 GFRC 외장재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DRT(수요응답교통) 기술과 로보틱스 기반 미래 주거 플랫폼 ‘로보틱스 라이프’를 도입해 이동 서비스와 비대면 배송, 주차·안전관리 등을 구현하는 미래형 스마트 주거단지를 제시했다.
사업 조건에서는 ‘신뢰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총 공사비에 조합이 별도로 부담해야 할 인허가·공사비 검증·커뮤니티 운영 비용 등 약 1927억원 규모 특화 항목을 포함한 ‘올인원’ 구조를 제안했다. 사업비 대여 범위도 조합이 필요로 하는 전체 사업비로 확대하고, 자금조달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0.49%포인트를 더한 확정금리를 제시했다. 조달 금리가 이를 초과할 경우 현대건설이 차액을 부담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주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 조건이며 기본·추가 이주비에 동일 금리를 적용했다. 추가 분담금은 입주 후 최대 4년까지 납부를 유예하고, 입주 시 금융권 조달이 어려운 경우에도 현대건설이 책임 조달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공사 기간은 67개월이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앞세워 독립 하이엔드 단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홍보관에서는 ▲1개층 1가구 ▲244평 규모 슈퍼 펜트하우스 ▲테라스형 고급 맨션 ▲3면 이상 개방형 가구 ▲한강변 1열 조합원 배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업 조건도 공격적이다. DL이앤씨는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필수사업비 가산금리 0% ▲분담금 납부 최대 7년 유예 ▲57개월 공사기간 ▲책임준공 등을 제시하며 조합원 부담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반포 맞불 삼성·포스코…“브랜드 vs 체감조건”
사업 규모는 압구정5구역보다 작지만 반포 한강변 브랜드 경쟁이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수주할 경우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에 이어 반포권 래미안 벨트를 확대하게 된다. 반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권을 확보하면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의 반포권 안착 사례가 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일루체라’를 앞세워 한강 조망 특화 설계와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AA+ 신용등급과 낮은 부채비율을 기반으로 ▲사업비 대여금 한도 없음 ▲금융조달 시점 최저금리 ▲물가변동 통제 ▲분양방식 선택권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인접한 신반포16·27차 재건축 이후까지 고려한 조망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체 616가구 중 약 87% 수준인 533가구 한강 조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더 반포 오티에르’를 앞세워 체감형 사업 조건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조합사업비 전액 대여 ▲양도성예금증서(CD)-1% ▲인근 신축아파트 전세가 보장 ▲49개월 공사기간 ▲250m 스카이브릿지 ▲3000mm 천장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조합원들에게 ‘변치 않을 포스코 철(鐵)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사업 조건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송 사장은 서한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순간에도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고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내며 오늘의 신뢰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분담금 제로 ▲금융지원금 2억원 조기 지원 ▲확정 후분양 ▲확정 공사비 등 기존 제안 조건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비업계는 이번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총회 결과가 하반기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전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단순 브랜드 경쟁 중심이었던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최근에는 한강 조망 특화 설계와 ▲금융 지원 ▲공사기간 ▲후분양 조건 ▲AI·로보틱스 기반 미래 주거 서비스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의 압구정 장악력 확대와 DL이앤씨의 아크로 브랜드 진입 여부를 가르는 상징적 승부”라며 “조합원들은 브랜드와 금융 조건, 미래 주거 가치를 함께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신반포19·25차 역시 공사비 차이가 크지 않아 금융 안정성과 공사기간, 조망 설계 등이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결과가 향후 강남 재건축 수주전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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