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새로운 중국 밀크티 한국 시장 넘본다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 중국 밀크티 패왕차희 한국 공략 본격화
프리미엄·빠른 회전 등 차별화 시스템 주목
[글·사진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중국 본토를 뜨겁게 달군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가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에 상륙해 주목을 받고 있다. 패왕차희는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하지만,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상하이 출장 중 가장 인상 깊게 살펴본 음료 브랜드가 바로 이 패왕차희였다.
전통차 인식이 달라졌다
패왕차희는 2017년 중국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윈난성에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는 ▲원엽차 ▲우유 ▲중국풍 이미지 ▲세련된 패키지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결합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던 차(茶)를 ‘젊은 세대가 들고 다니며 마시는 트렌디한 음료’로 재정의했다. 이제는 중국 현지를 넘어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패왕차희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7453개의 티하우스를 운영하며 순매출 129억1000만위안(약 2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패왕차희는 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차 시장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한국에서 전통차는 ‘건강하고 점잖은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공식을 깬 것이 공차다. 한국 밀크티 시장의 대중화는 버블티로 유명한 공차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차는 2006년 대만에서 시작해 2012년 한국에 상륙했다. 이 브랜드는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블랙 밀크티 ▲타피오카 펄 ▲당도 및 얼음 조절 ▲토핑 선택이라는 커스텀 조합을 선보이며 밀크티를 일상 음료의 반열에 올렸다. 공차의 성공 공식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당도 30% ▲얼음 적게 ▲펄 추가와 같은 주문법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직접 설계하는 재미를 줬다. 스타벅스가 커피 시장에서 ‘개인화’(Customization)를 이끌었다면, 공차는 밀크티 시장에 이를 정착시켰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공차코리아는 2017년 대만 본사를 역인수했다. 국내에서는 2025년 기준 9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차의 성공 이후 국내에는 다양한 밀크티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아마스빈 ▲팔공티 ▲흑화당 등이 등장하면서 한때 버블티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2024년 한국에 상륙한 ‘헤이티’(HEYTEA)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한 헤이티는 이른바 ‘치즈티’의 원조로 불리는 중국식 신식 차음료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과일차 ▲치즈폼 ▲브라운슈가 보보 밀크티 등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디저트에 가까운 음료를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효율적이지만 매우 낯선 시스템
올해는 패왕차희의 한국 법인인 차지코리아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용산과 신촌에 잇달아 직영점을 열었다.
저자는 오픈 당일 패왕차희 매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금껏 경험한 브랜드와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우선 매장에 계산대가 따로 없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주문할 수 있었다. 매장 입장은 수령 예정 시각 20분 전부터 가능했다. 매장 앞이 아니라 앱 안에서 줄을 서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효율적이지만 낯설다. 카페에 들어가 메뉴를 보고 주문하는 과정이 앱 안으로 옮겨간 셈이다.
매장 내부는 예상보다 쾌적했다.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했고, 매장 안에서는 시판 차 제품을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도 있었다. 다만 전체적인 구성은 오래 머무는 카페보다 픽업 스테이션에 가까웠다. 테이크아웃 용기와 보냉백이 눈에 띄었고, 많은 소비자가 음료를 받아 들고 나갔다. 고급스러운 중국풍 패키지와 달리 매장 내 음용 컵은 패스트푸드점 탄산음료 컵과 비슷한 재질이었다. 이미지는 프리미엄이지만, 운영은 대량 제조와 빠른 회전율에 맞춰져 있었다.
주문한 음료는 대표 메뉴인 보야 자스민 밀크티와 우롱 밀크티였다. 기본 당도와 기본 얼음으로 주문했고, 가격은 6400원이었다. 보야 자스민은 자스민 향이 선명했다. 기존 버블티처럼 타피오카 펄이나 강한 설탕 맛이 음료를 지배하지 않았다. 향이 먼저 올라오고, 그 뒤를 우유의 질감이 받쳤다. 우롱 밀크티는 자스민보다 조금 더 대중적이었다. 구수한 차의 느낌과 우유의 질감이 안정적으로 어울렸다.
패왕차희의 메뉴는 전통차의 기준과는 조금 다르다. 차를 기반으로 만든 현대식 음료에 가깝다. 원엽차와 유제품의 ▲질감 ▲당도 ▲얼음 ▲컵 ▲빨대 ▲보냉백 ▲앱 주문까지 모두 합쳐져 하나의 상품이 된다. 그래서 패왕차희를 이해하려면 ▲음료의 향미 ▲주문 방식 ▲대기 시스템 ▲포장 경험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봐야 한다.
오픈 초기의 대기는 호기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효과가 강하게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한국 시장은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반복 구매 앞에서는 냉정하다. 한 번의 호기심은 줄을 만들 수 있지만, 브랜드를 오래가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방문이다.
한국의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생두 가격은 오르고, 대형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이미지와 운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저가 커피 브랜드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패왕차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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