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샤넬·디올도 긴장한 ‘K뷰티 2.0’…가격 넘어 기술로 [K뷰티 글로벌 패권이 되다]②
- 글로벌 뷰티 시장 기준 바꾸는 K화장품
성분·효능·임상 데이터·실사용 후기 등 따져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K-뷰티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샤넬 뷰티·디올 뷰티·에스티로더 등 이른바 백화점 럭셔리 브랜드가 주도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K-뷰티만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으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화장품의 기준도 ‘이름값 있는 비싼 브랜드’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들도 전략 변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토리와 기술력,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뷰티 2.0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뷰티 시장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뷰티 2.0의 시대
“솔직히 요즘 누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나요? 다들 올리브영으로 가겠죠.”
최근 만난 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관계자의 말이다. 수년 사이 K-뷰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싼 프랑스산 화장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돈이 있어도 올리브영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 5월 발간한 ‘2026 한국 프리미엄 뷰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리미엄 뷰티 시장 규모는 8조6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성장률은 2%에 그쳤다.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성장을 이끄는 구조는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국내 프리미엄 뷰티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유로모니터는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22%로 선두를 유지한 반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주요 경쟁 업체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K-뷰티 브랜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K-뷰티 인디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36개)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도 닥터지·달바·라운드랩·메디힐·클리오·토리든 등 6개로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글로벌 K-뷰티 온라인 판매액은 2024년 연간 판매액의 86%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은 글로벌 K-뷰티 온라인 판매의 51%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고, 유럽 비중도 2022년 3%에서 2025년 11%로 확대됐다.
업계는 이런 변화를 ‘K-뷰티 2.0’으로 정의한다. 과거 1세대 K-뷰티가 ‘7스텝 스킨케어’와 BB크림 등 한국식 뷰티 문화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앞세워 중가부터 프리미엄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유로모니터는 “K-뷰티 2.0은 한국만의 스토리를 가진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치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도 뛰어난 제품을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뷰티도 제품력 경쟁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소비자가 먼저 찾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제조 기술력이 있다. 코스맥스·한국콜마·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ODM 기업들은 ▲선케어 ▲기능성 스킨케어 ▲마이크로바이옴 등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며 글로벌 브랜드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한국 기업이 생산을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ODM 기업들이 성분 개발과 제형 설계 단계부터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조 경쟁력은 K-뷰티 브랜드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메디큐브·아누아·토리든 등 인디 브랜드는 PDRN·어성초·저분자 히알루론산 등 차별화된 성분과 기능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브랜드보다 제품력과 효능을 먼저 따지는 소비 기준 변화가 K-뷰티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전통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면, 지금은 성분·효능·임상 데이터·실제 사용 후기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따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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