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도입 후 점유율 70%대 ‘껑충’
개인정보위 규제 리스크 조기 해소
“AI 답변 품질 높여야 트래픽 유지”
네이버의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탭’.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검색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진검승부에서 네이버가 구글을 찍어 누르며 시장 판도를 뒤집는 분위기다. 대화형 검색의 핵심인 ‘AI탭’으로 그간 안방을 야금야금 잠식하던 빅테크를 단숨에 제압하며 토종 포털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AI 검색 단두대 매치 승자는
웹 분석 서비스 인터넷트렌드 기준 네이버의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지난 5월 1일 63.78%로 반등하더니, 한 달가량이 지난 6월 7일에는 71.46%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매섭게 세를 확장하던 구글의 점유율은 24.53%로 주저앉았다. AI탭 베타 론칭 전인 4월 1일에만 해도 네이버의 점유율은 60.63%까지 밀려나며 ‘50%대 추락’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앞세운 구글이 30.54%로 무시 못 할 수준까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네이버의 위기 돌파구는 지난 4월 27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자를 대상으로 베타 출시한 AI탭이었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로 탐색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다. PC 메인 검색창과 AI 브리핑 하단, 쇼핑·플레이스 통합검색 결과 등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네이버는 최근 개최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AI탭의 도입 성과를 공유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 플랫폼 부문장에 따르면, AI탭은 베타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안착했다. 특히 사용자가 서비스를 다시 찾는 지표인 일주일 이내 재사용률은 36%에 달했다. 서비스에 대한 긍정 피드백 비중은 71%를 기록하는 등 초기 기대치를 상회하는 지표를 거뒀다.
김 부문장은 “AI 검색이 실행까지 지원하는 에이전트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콘텐츠 기반 서비스에 최적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 설계와 정교한 데이터·도구 연동, 안정적인 운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AI 검색의 핵심 자산인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과 데이터 앤 툴, 그리고 실서비스 운영 기술 역량인 하네스 엔지니어링을 결합해 최적의 정보 탐색 환경을 구현했다”고 자신했다.
AI탭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단답형 나열식 검색을 넘어 일상적인 질문부터 고도화된 정보 탐색까지 폭넓은 질의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일 여자친구와 뭐할까’라는 포괄적인 질문부터 ‘강남에서 카공하기 좋은 카페 중에 콘센트 있고, 좌석이 넓다는 리뷰 많은 곳 추천해줘’와 같은 복합적인 자연어 요청에도 사용자 맥락을 반영한 답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쇼핑 ▲로컬 ▲플레이스 ▲블로그 ▲카페 등 네이버가 보유한 버티컬 서비스 간의 연결성을 극대화했다. 사용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창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탐색에서 예약, 구매 등 구체적인 ‘실행’까지 한 화면에서 물 흐르듯 이어주기 때문에 이용자는 후기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 지표에서 순항하고 있는 네이버 AI탭은 규제 측면에서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며 서비스 운영 기반을 다졌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탭이 ▲이용자의 과거 검색 서비스 이용 기록 ▲전체 공개된 블로그·카페 글에 대한 활동 기록 ▲쇼핑 이력 등의 데이터를 개인화된 답변 생성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몇 가지 협의 사항 이행을 전제로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 민감정보는 추론·이용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광현 네이버 CDO가 지난 5월 28일 진행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데이터 확보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AI 시대에도 ‘사람이 중하다’
네이버는 대화형 검색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사람이 발품을 팔아 작성한 리뷰처럼 고품질의 원천 데이터가 확보돼야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I 검색 서비스의 품질을 최종 판가름할 ‘오리지널 데이터’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콘텐츠·데이터 생태계에 총 1조원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린 이유다.
새로운 창작자 펠로우십 프로그램인 ‘네이버 메이트’의 가동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월 전문성과 다양성을 인정받은 우수 창작자 3000명을 선발하고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기본 활동비 외에 각 분야 최상위 창작자 1명에게는 월 최대 1000만원의 파격적인 추가 지원금을 지급해 양질의 오리지널 데이터가 쌓이는 환경을 조성한다.
김광현 네이버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국내 사용자들이 네이버 검색을 많이 찾는 이유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수많은 정보가 가장 잘 검색되기 때문이며, 이 콘텐츠 자산 차이가 AI 서비스에서도 강력한 차별화 역할을 담당한다”며 “우리가 창작자 상생 노력을 배가하고 플랫폼 개선 체계를 고도화해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쌓아가면 향후 AI 시대를 넘어 그 어떤 기술적 변화와 발전이 찾아오더라도 네이버와 대한민국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네이버는 AI탭을 이달 안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국내 검색 점유율이 과거의 영광이었던 80~90%대까지 커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거센 AI 파고에 밀려 주춤했던 토종 포털의 입지를 되찾는 셈이다.
다만 장기적인 트래픽 수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와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증권가는 네이버가 AI탭의 검색 편의성에 안주하지 않고 생성형 답변의 품질을 꾸준히 개선해야만 향후 안정적인 트래픽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확실한 체류시간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AI 답변의 퀄리티를 극한으로 높여야 한다”며 “사용자가 외부 연결 링크로 굳이 이동하지 않고 포털 안에서 모든 궁금증을 종결짓게 되는 이른바 ‘제로클릭’ 효과를 전략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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