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AI 인프라가 경쟁력 된다…한국형 AI 플랫폼 전쟁[AI, 회사를 다시 쓴다]①
- 글로벌 빅테크 공습 속 ‘디지털 영토’ 사수
소버린 시장 겨냥한 네이버, 공공·금융 B2B 영토 넓히는 KT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전 세계를 강타한 인공지능(AI) 열풍속에서 검색·물류·제조·금융·생활케어 등 국내 각 분야 대표기업들의 AI 전환(AX) 역시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각 산업별 AX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AI 기술의 패러다임이 거대언어모델(LLM)의 생성 능력이나 소프트웨어 성능 대결을 넘어, 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물리적 인프라’와 ‘데이터 주권’(소버린 AI) 싸움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과거 알고리즘 경쟁에 치우쳤던 국내 AI 시장은 이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인프라 확보와 초고효율 데이터센터(AIDC) 구축이라는 하드웨어 전면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구축
네이버의 AI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소버린 AI’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초대형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이를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핵심 브레인으로 삼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각 세종은 자체적인 전력 확보 능력과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집약한 곳으로, 네이버 소버린 AI 전략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네이버는 자립형 생태계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거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글로벌 AI 공룡인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팩토리 동맹을 결성한 것이다. 양사는 단계적으로 인프라 규모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기가와트급 초대형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 팩토리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네트워크 ▲전력 ▲냉각 시스템 ▲운영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생산 설비처럼 통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양사는 2027년 55메가와트(MW) 규모의 AI 팩토리를 시작으로 GW급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각 세종을 전초기지로 삼는다. 2027년 상반기 55MW 가동을 시작으로 같은 해 안에 100MW, 2028년 200MW까지 해외로 인프라 규모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GW급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1GW는 네이버의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기술 협력 역시 강화한다. 네이버의 자체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역량은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과 융합된다. DSX는 AI 팩토리 설계·배포·운영을 한 번에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과 사업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에 합류했다. 네모트론 연합은 엔비디아의 주도로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12개의 글로벌 AI 기업이 함께하는 연합체다. 네이버는 사전학습, 후학습, 강화학습 등 오픈 모델 개발 과정에 기여한다.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 고도화에 나선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번 동맹을 통해 전 세계 각 지역과 국가가 독자적인 소버린 AI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며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 인프라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는 AX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최근 선언했다. 민혜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AI 혁신을 주도하는 AX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정보보안과 네트워크, IT 인프라 혁신으로 본질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AX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 선언한 KT
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는 AI 전환 중심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KT는 공공·금융·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AICC(AI 고객센터)와 기업 AI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금융권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공공·제조 분야까지 레퍼런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최근 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AX 전략을 공개하며 금융 산업 특화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섰다. KT는 글로벌 6G 동향과 기술 패러다임 변화 기반의 ‘KT 2026 네트워크 전략’과 국내 금융사의 AX 트렌드 및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KT는 기업 고객과의 소통을 지원하는 기업메시징 서비스도 선보였다. 스마트 메시지 RCS(차세대 문자 서비스)와 커뮤니즈, 모바일 고지 등 주요 상품을 소개하고 빅데이터 기반 분석 리포트와 아이폰 RCS 자동 전환 기능 등 차별화 요소를 강조했다.
보안 분야에서는 디도스(DDoS) 대응 솔루션인 ‘클린존’을 전면에 내세웠다. 클린존은 디도스 공격 발생 시 비정상 트래픽을 차단하고 정상 트래픽만 서버로 전달해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는 클라우드 기반 보안 플랫폼이다.
AI 인프라 분야에서는 ‘KT 매니지드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비스’를 소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GPU 인프라와 AI 솔루션을 통합 제공하는 구독형 모델이다. 기업이 별도의 인프라 구축 부담 없이 AI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KT는 이번 금융권 대상 행사를 시작으로 제조·공공·유통 등 여러 산업군으로 AX 설명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별 특성에 맞춘 네트워크와 보안, AI 서비스를 결합해 기업고객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거센 공습 속에서 두 토종 거인의 AI 인프라 전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 주권을 결정지을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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