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방민규 UST 대표 “삼성 반도체 협력사가 화장품을 만든 이유요?” [인터뷰]
- EMI 가스켓 국산화 기업, 스킨케어 브랜드 ‘토브’ 론칭
삼성에서 배운 ‘품질 DNA’ K뷰티로 연결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우리 제품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고객사는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품질에 타협은 없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UST(Universal Solution Technology) 본사에서 만난 방민규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 내내 ‘품질’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UST는 삼성전자 반도체 ETCH 장비에 들어가는 EMI 가스켓(EMI Spiral Shield Gasket)과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반도체 장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고, 전자파 차단용 EMI 가스켓을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산업은 미세한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산업으로 꼽힌다.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 라인 전체의 수율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몸담아온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품질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였다.
그런데 UST가 최근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토브’(Truth Of Beauty·TOB)를 론칭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와 뷰티는 얼핏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산업이다. 방 대표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산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직원들의 곪아 터진 얼굴
“10~20대 베트남 법인 직원들의 얼굴에 여드름 진물이 올라온 걸 봤어요. 아직 어린 친구들인데 그대로 두면 훗날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토브의 시작점을 묻자 방 대표의 눈매에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다. 2022년 베트남 다낭 현지 법인을 둘러보던 그는 젊은 직원들의 피부 상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다낭 특유의 습한 기후와 환경 탓에 얼굴과 목 주변에 여드름성 피부 트러블을 겪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창 빛나야 할 시기인데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여드름이 흉터로 남으면 평생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들에게도 한국 여성들처럼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를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방 대표는 이미 출시된 한국산 화장품을 단순 유통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트러블이 생긴 피부를 근본부터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성분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토브다. 브랜드명은 ‘뷰티의 진실은 성분에 있다’는 철학을 담아 지었다. 방 대표는 화장품 역시 반도체처럼 정교한 ‘배합의 산업’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도 성분의 함량과 비율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좋은 원료를 아끼지 않고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면 소비자 역시 제품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토브는 ▲시카 ▲뮤신 ▲레티놀 등 고가의 고기능성 성분을 제품에 듬뿍 담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제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토브 제품의 평균 가격은 1만원에서 3만원 미만에 형성돼 있다. 그는 “언제나 좋은 성분이 기준입니다. 피부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성분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선택합니다”고 말했다.
삼성의 파란피가 흐른다
확고한 품질 철학은 삼성전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방 대표는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약 13년간 반도체 ETCH 설비 유지보수 현장에서 생산 기술을 익히며 삼성식 제조 문화를 몸에 익혔다.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다 함께 삼성 체조를 하고 삼성 뉴스를 시청했어요. 이건희 전 회장님도 오셔서 함께 체조도 하고, 직원들에게 ‘지금이 진짜 위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초일류 기업은 위기의식에서 나온다는 삼성의 문화와 경영 철학을 항상 마음에 새겼던 시기였죠.”
2007년 퇴사 후인 이듬해 UST를 창업했다. 이후 2012년 IMK를 통해 삼성에 납품을 시작했고, 2014년 삼성 정식 등록 업체가 되면서 반도체 부품 공급과 장비 개조·개선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UST의 주력 제품인 EMI 가스켓은 반도체 장비 내부의 전자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외부 전자파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양방향으로 차단해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이 밖에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설비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개조·개선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작은 결함 하나가 생산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초정밀 산업이다. 방 대표는 지금도 품질 관리에 직접 관여한다. 국내 EMI 가스켓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UST의 경쟁 상대는 이제 일부 해외 글로벌 기업에 불과하다.
“우리 부품에 결함이 있으면 자칫 삼성에 더 큰 문제와 손실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결함도 허용할 수 없기에 전수검사도 직접 제가 합니다. 삼성은 제게 고향이자 친정입니다.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품질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력이다. UST는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R&D에 10% 이상 투자하듯 기술 격차를 2~3년 앞서가야 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UST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 ‘자리이타’(自利利他)는 2008년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들이 지금까지 회사를 지키고 있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도 이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고, 그 성과가 다시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두 산업을 키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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