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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로펌 지평에 베팅한 공채 1세대 변호사…韓 IPO 법률 자문 시장 이끈다 [이코노 인터뷰]
-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①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비자 IPO 옆에서 지켜봤다”…한국 법률 시장 미래 알게 돼
지평만의 경쟁력, 글로벌 진출에서 해답 찾아…8개국 9개 해외 사무소 설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장 주관사뿐 아니라 법무법인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상장기업 책임성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상장 전 검증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선도해온 법무법인 지평은 법률실사(LDD) 활성화와 상장 생태계 책임 강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회계·재무 중심의 실사만으로는 지배구조와 소송, 규제 리스크 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무법인의 법률 자문과 실사 기능도 IPO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주관사 책임 강화 ▲코스닥 구조개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IPO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IPO 법률자문의 역할 변화와 상장 생태계의 진화, 그리고 한국 IPO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송현주 기자] 2007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글로벌 로펌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의 사무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의 눈과 귀는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는 인도 출신의 변호사에게 쏠려 있었다. 동료의 높은 목소리와 과도한 액션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한국에서 온 변호사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했다. 한국인 변호사는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라고 질문했고, 동료 변호사는 “비자(VISA) 기업공개(IPO) 준비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전 세계 사무소에서 150여명이 투입되어 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용 투자설명서 작성을 위한 실사를 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SEC에 제출할 서류를 로펌이 진두지휘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IPO 시장이 로펌의 중요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로펌이 어떻게 신뢰를 얻고 있는지 알게 됐다. 한국의 자본시장도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 순간이 그의 20년을 결정했다. 귀국 후 그는 국내 IPO 법률자문 시장을 개척했고, 20여년 동안 140여건의 IPO 법률자문을 했다. 한국의 IPO 법률 자문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1월 1일, ‘법무법인 지평’의 공동 대표변호사에 올랐다. 주인공은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다. 이 대표는 “글로벌 로펌에서 눈으로 IPO의 법률자문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변호사로서의 항로를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웃었다.
해외 연수 통해 IPO 시장 가능성 느껴
그가 IPO 시장에 뛰어든 것은 운명이기도 하고, 운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왜 운명이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고향은 경상남도 하동. 서울대 법대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이 술렁였다. 경찰서장까지 찾아왔고 플래카드가 걸렸다. 부모는 당연히 판사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를 골랐다. 이유는 자율성이었다. 이 대표는 “변호사가 가진 자율성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싶었다”고 했다. 거기에 ‘국제 변호사’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판사나 검사보다 변호사가 더 맞는다고 결정했다.
1997년 사법연수원(28기) 수료 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시보를 했다. 그곳에서 그의 과 선배이자 그가 몸담고 있는 지평을 설립한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을 만났다. 이른바 386세대였다. 선배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로펌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했고 선배들의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
2000년 4월, 양영태, 임성택 변호사 등 선배 10여 명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대표로 영입해 세종을 나와 지평을 창립했다. 이행규 대표는 당시 군 법무관으로 복무 중이었다. 2002년 4월, 전역과 동시에 지평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변호사 50여 명 규모의 로펌 순위 2위였던 세종 대신 조그마한 로펌을 택했다. “당시 도박을 한 것이다”라며 웃지만 선배들을 믿은 것이다. 그는 현재 지평을 같이 이끌고 있는 김지홍 대표와 함께 지평에 첫 번째로 입사한 세대, 즉 ‘공채 1세대’ 변호사였다.
창립 후 지평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 강금실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면서 지평 전체가 흔들렸다. 경쟁 로펌으로 간 선후배도 있었지만 그는 지평을 지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 연수에 적극 투자했다. 이 대표는 “지평이 설립 초기부터 해외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것은 인재 유치를 위해서였는데, 조그마한 로펌에서 그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평은 소속 변호사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 해외 연수 비용을 부담했다.
이 대표가 IPO 시장을 리딩하는 변호사가 된 것도 바로 해외 연수 덕분이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법학석사(LLM)을 마친 뒤 White & Case 뉴욕 사무소의 인터내셔널 로이어스 프로그램(International Lawyers Program)에 합류할 수 있었다. 뉴욕 사무실은 오피스 비용 때문에 2인 1실이었다. 그 방에서 그가 비자 IPO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IPO 법률자문 시장을 만들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IPO 업무에 집중하던 당시 한국 IPO 과정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서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로펌업계에 IPO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는 계기가 생겼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 고섬 사태’다.
한국 코스피에 상장한 중국 기업 고섬이 상장 몇 개월 만에 계좌에 자금이 없다며 거래를 중단했다. 피해 규모만 1000억원을 넘었다. IPO 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을 비롯해 금융감독원·거래소·회계법인 등이 소송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대우증권과 함께 국내 IPO 절차에 법률실사 구조를 최초로 설계했다. 그는 “이후 이 구조가 다양한 증권사에 보급됐다”면서 “지금은 국내 주요 주관사들이 이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 법률자문 시장에서 지평이 1위라는 기록을 오랫동안 쓸 수 있던 것은 이런 발빠른 대응력 덕분이다. 이 대표는 IPO 법률자문 시장에 뛰어든 이후 줄곧 ‘법률 실사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Q. IPO 과정에서 법률 실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국내 IPO에서 법률실사와 법률의견 첨부가 재량 사항이다. 의무화가 안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White & Case 150명이 비자 IPO 하나에 투입됐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법적 의무조차 아닌 상황인 것이다. 20년 넘게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Q 법률 실사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한국에서 법률 실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외국 기업 상장이나 조각 투자 등의 경우뿐이다. 법률 실사는 기업의 내부 통제와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국내 IPO에도 법률 전문가의 개입이 제도화돼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가 한국의 주요 IPO 140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지평과 그의 이름을 알린 주요 딜로는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합병 이후 한국거래소 재상장이 있다. 하이트·진로 딜은 국내외를 통틀어 아시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중 하나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SK바이오팜 상장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심사부터 로드쇼까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2025년에는 쿠쿠인터내셔널의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 상장을 자문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자문이다. 싱가포르 법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국내 증시에 1차 상장한 건도 지평이 자문했고, 2010년 미국 기업 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코스닥 상장은 외국 기업 국내 상장 승인 1호였다. 그가 지평에서 오랫동안 진두지휘한 IPO팀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Q 지평 IPO팀의 구조가 독특하다고 하는데.
“지난해 자문한 IPO 13건 중 11건에서 발행사와 주관사를 동시에 대리했다. 통상 이해충돌 우려로 양측 대리를 회피하는 구조지만, 국내 IPO 시장에서는 지평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Q 지난해부터 지평에는 경쟁 로펌에 없는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상장유지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출신 채남기 고문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따라 좀비기업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상장 이후 유지 단계 자문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2024년 말 특허법인 지평이 출범했고, 지난해에는 ‘지평기술센터’도 설립했다. 지평기술센터는 법무법인과 특허법인의 경계를 허문 조직이다. 폐쇄형 법률 AI 툴도 자체 개발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문서 번역 ▲판례 검색 ▲법률 보조 기능 등을 한다.”
‘종합 자문 역량’ 갖춘 변호사만 살아남을 것
인공지능(AI) 시대는 한국의 로펌에 위기이다. 변호사의 역할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이고, 신입 변호사 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고 AI 시대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평기술센터가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이 대표는 “로펌도 AI 시대에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이미 지평은 폐쇄형 법률 AI 툴을 개발해 법률 문 번역이나 판례 검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연차가 낮은 변호사가 했던 뉴스 클리핑 업무도 챗봇으로 대체했다.
다만 그가 꼭 지키고 있는 게 있다. AI의 결과물을 변호사가 직접 검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가 내놓은 결과는 변호사가 반드시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로펌은 이제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AI 기반 지식 관리와 데이터 축적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리서치나 계약서 검토 등의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법조인에게는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종합 자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평이 경쟁 로펌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경쟁력은 광범위한 해외 거점을 구축한 것이다. 2007년 상해와 베트남 호찌민을 시작으로 현재 8개국 9개 사무소를 운영한다. 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헝가리·러시아가 거점이다.
2024년 10월에는 한국 로펌 중 처음으로 지평이 중동부유럽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게 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때 한국인 유가족 소송을 현지 로펌 오펜하임(Oppenheim)과 함께 대리했다. 그 인연으로 MOU를 맺고 사무소를 개소했다. 폴란드·체코 등 중동부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지원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평이 글로벌 진출을 하는 이유에 대해 "법률산업이 국내 산업 중 글로벌화 수준이 낮은 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한국 기업들이 해외 비즈니스를 할 때 최선의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 외국계 로펌이 아닌 한국 로펌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국내 기업은 물론 국익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평 창립 이후 첫 공채 변호사 출신 대표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대표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2016년부터 4년간 경영위원회 금융 파트장을 맡았다. 이후 IPO 부문으로 복귀했고, 약 2021년부터 4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역임했다. 법률 업무와 경영을 모두 거친 셈이다.
현재는 공정거래·소송 분야 전문인 김지홍 대표변호사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로펌 대부분이 1인 업무집행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다. 업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평에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 450여 명, 직원 250여 명 등 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지평의 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올해 지평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 대표는 공채 1기 변호사로서 지평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지평은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것이다.
Q. 지평이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조직 문화가 무엇인가.
“지평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를 ‘예비구성원’이라고 부른다. 설립 때부터 그랬다. 예비 동업자로 키운다는 철학이다. 나와 김 대표가 젊은 파트너들한테 ‘형’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데, 그게 지평의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주인이다’라는 인식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지평이 자랑하는 복지 혜택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그랩앤고’(Grab & Go)를 소개하고 싶다.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먹밥, 샌드위치 등이 나오는데 하루에 1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아침 식사를 픽업하는 장소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인사를 하게 되고, 얼굴을 알게 되니까 상호 신뢰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좋아진다.”
Q 지평의 이직률이 경쟁 로펌보다 낮다고 하던데.
“파트너 보상에서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성과 이외에 도전과 협력, 그룹 KPI 평가 등 비재무적 성과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이 좋은 젊은 파트너는 규모가 큰 로펌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이다. IMF 이후 조직에 헌신해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 역으로 조직 내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조직이 안정화되고 상호 협력에서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평은 ‘Legal & Beyond’라는 구호를 쓰고 있다. 법률 서비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우리의 목표는 경쟁 로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되고 미래지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펌을 지향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 7위 지평이 공채 1세대 변호사와 함께 어떤 문화와 성과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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