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플랫폼, 도시를 집어삼키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 [도시와 AI]②
앱이 바꾸는 동네,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골목의 운명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지난봄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의 오래된 세탁소가 갑자기 사라졌다. 세탁소뿐만 아니라 동네의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근근이 상가를 운영하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은 있는데 손님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도시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건물이 사라지거나 인구가 빠져나가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음식을 먹기 위해 더 이상 골목으로, 거리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 앱과 온라인 쇼핑이 모든 것을 문 앞으로 가져다주기 시작한 뒤부터 동네 상권이, 도시공간의 구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말은 원래 기차역의 승강장을 뜻한다.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중간 공간이다.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야놀자 같은 서비스들은 스스로를 그런 중간자로 소개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기술 중개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 연구자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플랫폼이 도시의 공간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학자 데이비드 워스맨과 알렉산더 와일스는 에어비앤비가 도시에서 하는 일을 ‘임대료 격차의 착취’로 설명한다. 원래 이 개념은 닐 스미스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분석하며 만든 것인데, 두 연구자는 이를 플랫폼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주택의 현재 임대료와 단기 숙박으로 전환했 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익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집주인은 장기 세입자를 내보내고 에어비앤비로 전환할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집주인 개인의 탐욕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리즘이 매일 밤 최적의 가격을 제시하고, 수요 예측 데이터를 제공하며, 전환을 권유하는 구조가 그 결정을 이끌어낸다. 플랫폼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속 장치가 되는 순간이다.
바르셀로나의 분노, 뉴욕의 선택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이 문제가 가장 먼저, 가장 격렬하게 터진 도시다. 2010년대 중반 에어비앤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관광객용 단기 임대가 주택 공급을 잠식했고, 고딕 지구를 비롯한 구시가지 주민들이 급등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났다.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관광객 캐리어에 물총을 쏘는 시위를 벌였다. 분노의 표적은 관광객이 아니었다. 플랫폼이었다. 바르셀로나 시는 결국 신규 단기임대 허가를 중단하고, 2028년 11월부터 단기 관광 아파트 영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은 다른 방식으로 맞섰다. 2023년 9월, 뉴욕시는 호스트가 실거주하며 게스트가 최대 2명일 때만 단기임대를 허용하는 규제법(Local Law 18)을 시행해 전문 사업자의 영업을 대거 제한했다. 시행 후 몇 달 사이 뉴욕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는 수만 개 수준에서 3000개 안팎으로 급감했고, 이는 플랫폼에 맞선 도시의 반격 중 가장 강력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된 서울 마포구(홍대 일대)나 제주도 등의 경우, 플랫폼에 등록된 수천개의 숙소 중 지자체에 합법적으로 영업 신고를 마친 곳은 20~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신고 불법 단기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유숙박의 허용 범위와 실제 이용 실태를 정확히 보여줄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배달 앱이 골목을 지운다
에어비앤비가 주거를 바꾼다면, 배달 플랫폼은 상권의 지형을 바꾼다. 그 방식은 더 조용하고, 그래서 더 감지하기 어렵다. 배달 앱의 알고리즘은 음식점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키거나 하단으로 밀어내는 결정을 내린다. ▲리뷰 수 ▲주문량 ▲광고비 입찰가가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이 구조에서 오랫동안 골목을 지켜온 소규모 식당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리뷰가 적고 광고비를 쓸 여력이 없으며, 배달 특화 메뉴 개발에 투자할 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배달 앱을 겨냥해 설계된 ‘유령 음식점’은 검색 노출에 최적화된 구조로 시장에 진입한다. 오프라인 공간 없이 여러 브랜드명으로 동시에 운영되는 이 주방들은 골목 상권의 물리적 밀도를 낮추면서, 플랫폼 안에서의 점유율은 높인다. 같은 주방에서 세 개의 가상 브랜드를 돌리더라도, 길에서 보이는 것은 폐업한 식당 하나뿐이기 때문에 ‘가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배달 앱 덕분에 소비자는 더 다양한 음식을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골목의 다양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동네 식당이 사라진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거나,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가 쌓일 때, 우리는 그것을 상권의 쇠락이라고 부른다. 그 쇠락을 결정한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의 설계인지를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은 새로운 건물주인가
여기서 한 가지 개념을 소개하고 싶다. ‘플랫폼 어바니즘’(Platform Urbanism, 플랫폼 도시화)이다. 비판 도시 연구자들은 플랫폼이 단순한 서비스 앱을 넘어,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사실상 도시 인프라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도로 ▲전기 ▲수도처럼 도시가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기반 시설의 일부 지위를 플랫폼이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프라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도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수도는 누구에게나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인프라는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알고리즘이 배분하며, 이윤이 방향을 결정한다. 배달 앱이 특정 지역을 배송 불가 구역으로 분류하면 그 골목은 사실상 도시 서비스망에서 이탈한다. 에어비앤비가 특정 동네의 숙박 가격을 끌어올리면 그 지역의 주거 시장이 흔들린다. 이 결정들은 시의회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플랫폼이 새로운 건물주가 됐을 때, 세입자인 시민은 어디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가.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서비스 불만 접수’가 아니라, 플랫폼 인프라를 공적 규칙 안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거버넌스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 위에서 살고 있다. 다만 그 플랫폼의 규칙을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꿈에서 영업익 1000억으로'…호실적 나오는 신약·플랫폼의 조건[숫자 나오는 바이오③]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멕시코전] "이강인 쥐어박고 싶었다" 특별한 애정 보여준 '스승' 아기레 감독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정부 규제 비웃는 동탄, 실수요자는 웁니다[부동산 취재로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크레딧 체크포인트]장부는 ‘흑자’, 현금은 ‘마이너스’…호텔롯데 곳간에서 돈이 샌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젬백스, 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조건부 허가 기대감…루게릭병 전임상도 ‘청신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