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YER by Economist]
파타고니아가 가장 오래 지원한 사람들
50년째 풀뿌리 조직 지원
지난 주말 막내린 부산 서핑대회서도
해양 환경단체 전면에
광고보다 사람과 환경, 파타고니아의 일관된 철학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기업들은 대개 영향력이 큰 곳에 돈을 쓴다. 숱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았기 때문이다. 누가 알만한 유명인을 내세우고,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캠페인과 광고에 큰 돈을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50년 넘게 정반대 방향을 걸어온 기업이 있다.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21일 막을 내린 '2026 제17회 부산광역시장배 국제 서핑·SUP 대회'에 3년 연속 후원사로 참여했다.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송정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서핑 대회는 그 자체로 화려한 청춘을 머금고 있다. 후원에 참여한 브랜드 역시 서핑만의 개성있는 스포츠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무대의 중심에 지역에서 자생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를 앞세웠다. 이번 대회에는 플랜오션·디프다 제주·부산환경운동연합·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등 국내 해양 환경단체 4곳이 참여했다. 하나같이 해변 정화 활동부터 해양생물 조사, 시민 교육까지 바다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하게 지켜온 단체들이다. 동시에 언제나 재정과 상근자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발을 구르는 단체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는 대회 기간이었던 6월20일부터 21일까지 이들 단체와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방문객들은 각 단체의 활동을 살펴보고 기부에 참여했고, 스탬프 투어를 완료하면 의류 수선 차량인 '원웨어(Worn Wear) 트럭'에서 기부 인증 패치도 받았다고 한다. 행사의 중심이 파타고니아가 아닌, 묵묵하게 바다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파타고니아의 시선은 늘 현장을 향해 있었다. 1985년부터 이어온 '1% 포 더 플래닛(1% for the Planet)' 프로그램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서는 올해 52개 프로젝트에 약 11억6000만원이 전달됐다. 2014년 이후 누적 지원금은 약 47억6700만원에 달한다.
파타고니아는 제품 홍보 광고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단체를 지원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공식 홈페이지만 가도 파타고니아의 진심을 넘어선 '집착'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지역 사회 내 환경 문제에 헌신하는 개인들을 연결하는 '파타고니아액션워크'를 통해 "우리는 풀뿌리 운동을 지지합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타고니아는 누구에게 자금을 지원할까요? 우리는 토지, 물, 기후, 지역사회,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지원합니다"라고 밝혔다.
파타고니아의 환경 비영리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까지 촘촘하게 정리한 카테고리를 보고나면, '소비재 기업이 이래도 먹고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파타고니아는 "진정한 변화로 가는 가장 직접적인 길은 풀뿌리 운동에 있다"고 설명한다. 숲 하나를 지키고, 강 한 구간을 살리고, 바다 한 곳을 기록하는 작은 움직임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에서 지역 시민단체들과 강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칠레에서는 지역 환경단체가 주도한 코차모 계곡 보전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파타고니아가 기업 기부의 새로운 풀뿌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1973년 등반가이자 서퍼였던 이본 쉬나드가 설립한 파타고니아는 창립 초기부터 환경 문제를 브랜드의 중심에 뒀다. 환경은 사업의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라 존재 이유에 가까웠다. 매출의 1% 환경 기부, 유기농 면 사용 확대, 의류 수선 프로그램 운영, 폐어망 재활용 소재 개발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어져 왔다.
쉬나드는 2022년 회사 소유권을 환경 보호를 위한 신탁 구조로 이전하면서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기업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구의 미래를 위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부산 서핑대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파타고니아는 브랜드를 앞세우기보다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해양 환경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환경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을 지원했다. 단순한 기부라기보다 작은 조직과 사람들에 대한 연대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환경을 이야기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수십 년 동안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을 지원해 왔다"며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것은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오랜 시간 반복된 일관된 기업의 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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