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해킹 시대, 투자 공식 바뀌었다…‘보안’이 최고의 보험
- 통신 3사 보안 투자 전년비 22.1%↑…네이버·카카오도 역대 최대
AI 확산·잇단 해킹에 보안은 '비용' 아닌 기업 경쟁력으로
보안 투자 급증한 기업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와 보안 전담 인력을 전년보다 모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산)·KT·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지난해 정보보안 분야 투자 총액은 3676억원으로, 2024년 대비 22.1% 증가했다.
통신 3사의 공통점은 정보보호 투자뿐 아니라 전담 인력도 함께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보안을 운영 조직의 일부 기능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별도 조직과 최고 수준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19.2명에서 400.5명으로 181.3명 증가했다. KT는 290.2명에서 317.1명으로, LG유플러스는 292.9명에서 351.3명으로 각각 늘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통신사들은 최근 몇 년간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유심 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 투자를 추진하며, AI 기반 보안 시스템 구축과 보안 인력 확충에 나선다. KT도 AICT(AI+ICT) 기업 전환에 맞춰 정보보호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보안 체계 역시 함께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보보호 조직을 확대하고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등 보안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변화도 뚜렷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신뢰도와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IT 부문 투자와 정보보호 투자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네이버는 IT 투자액을 전년 대비 17.9% 늘어난 1조4582억원으로 증액함과 동시에 정보보호에도 약 20% 증가한 66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 역시 IT 투자액을 13.8% 늘린 8220억원, 정보보호 투자액은 8.8% 늘어난 340억원을 기록했다. IT 총액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네이버 4.5%, 카카오 4.1% 수준이다.
양사의 이런 움직임은 AI 중심의 사업 재편과 맞물려 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한 AI 서비스 확대에 맞춰 정보보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AI 서비스 ‘카나나’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강화하면서 정보보호 예산과 보안 체계를 함께 고도화하고 있다. 메신저와 금융, 콘텐츠 등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보안이 곧 서비스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경쟁력 된 ‘안전한 AI’
이처럼 기업들이 보안 투자를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 확산에 따른 리스크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와 기업 데이터의 규모도 함께 커진다. 그만큼 해커들의 공격 대상도 확대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면서 해킹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개인정보 탈취를 넘어 AI 모델 자체를 공격하거나 학습 데이터를 조작하고, 클라우드를 해킹하는 등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단 한 번의 보안 사고가 서비스 중단은 물론 AI 모델 신뢰도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위기감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예스24 랜섬웨어, 티빙 개인정보 유출 등 대형 보안 사고들은 경각심을 자극했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단순 복구 비용을 넘어 ▲과징금 ▲집단소송 ▲고객 이탈 ▲기업 신뢰 하락까지 이어진다. 특히 플랫폼과 통신사는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사고가 기업 가치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방화벽이나 백신 중심의 전통적인 보안에서 벗어나 ▲AI 기반 이상 행위 탐지 ▲제로트러스트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암호화 등 선제적 보안 체계 구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정보보호 투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AI 서비스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만큼 보안 경쟁력이 곧 AI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AI가 확산할수록 정보보호 투자는 기업의 생존과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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