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제주 일반 가정서 V2G 실증
아이오닉 9·EV9 배터리로 전력망 충방전
상용화 위해 전력거래·보상 기준 정비 과제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이번 시범 서비스는 연구소나 별도 실증 부지가 아닌 일반 고객의 실제 주거 환경에서 진행됐다. 이번 실증을 통해 국내에서도 V2G 기술을 실제 생활 환경에 적용할 기반이 마련된 만큼, 향후 상용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기를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전력 사용이 몰리는 낮 시간대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망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9 보유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V2G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 고객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정에서 차량 배터리와 전력망 사이 충·방전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V2G가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가 대규모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가 전력망에 연결되면 기존 발전 설비나 고정형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보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10kW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동안 방전할 경우, 최대 1GW 규모의 양수발전 또는 대용량 ESS와 비슷한 전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GW는 대형 발전 설비 1기 출력에 가까운 규모다. 이를 1시간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부천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약 80만 명이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같은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비용 차이도 크다. 42기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양수발전으로 구축할 경우 약 84조 원이 필요한 반면, V2G는 약 5조46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V2G 활용 시 양수발전 대비 최대 78조5000억 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축 기간에서도 차이가 있다. 1GW 규모 전력 인프라 구축에는 양수발전의 경우 7년 이상,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BESS)는 6개월 이상이 걸린다. 반면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하는 V2G는 약 1개월이면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충전기 연결 빈도와 시간대별 이용 행태, 배터리 방전에 대한 수용도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V2G 상용화 서비스 모델과 고객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향후 새만금 AI 수소 시티의 V2G 기반 사업 전개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기차가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전력 거래 참여 자격과 정산 방식도 정비가 필요하다. 누가 어떤 자격으로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전력 공급 대가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전력 자원으로 상용화 문턱까지 다가섰다”며 “국내도 제주 실증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규제 개선과 함께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 정산·보상 기준 등 법적 기반을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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