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검사가 헌신하지 않으면 사법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김기동의 이슈&로(LAW)]
- 검찰청 폐지 앞두고 보완수사권 논쟁…기소 전 수사에만 매몰돼선 안 돼
억울한 피의자 걸러내고 유죄 입증하려면 검경 협력·검사 책임 강화해야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10월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는 경찰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다고 하니, 검사 출신인 필자에게 하는 질문이다.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검찰의 특수부와 강력부 같은 수사부서에서 하던 일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검찰의 본래 기능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넘어가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검찰의 본질적 기능은 무엇일까. 국가를 대신해 형벌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범죄자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집행하고 이를 통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 이러한 국가의 존재 이유는 형사재판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 재판을 국가를 대신해 담당하는 사람이 검사다.
미국 검찰의 공소장 표지에는 ‘United States of America v. ○○○’라고 기재돼 있다. 법정에서도 검사는 ‘on behalf of the United States’ 또는 ‘representing the United States’라고 말한다. 검사가 개인 자격이 아니라 미합중국을 대표해 기소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기소 전 수사에 매몰된 ‘보완수사권 논쟁’
검사가 국가를 대신해 기소했는데 무죄가 속출하면 어떻게 될까.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형사소송법 개정이 치밀한 검토 없이 이뤄진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막강한 변호인단을 갖춘 피고인과 싸우면서 유죄를 받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증거를 수집하고 제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완수사 활동’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완수사권 논쟁’은 기소 전 단계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미국 등 사법 선진국에서는 중요 사건의 공판 과정에 1차 수사를 맡은 사법경찰관이 참여하면서 검사를 돕는다. 무죄는 사법경찰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검사가 요청하면 추가 증거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수사 초기부터 재판 확정까지 형사사법 절차 전 과정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협력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 이것이 보완수사권 논쟁의 진짜 핵심이 돼야 한다.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이 ‘테라·루나’ 사건과 같은 중요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을 수행할 때 검사가 몇 명이나 투입될까. 한 명이다. 심지어 그 검사는 다른 중요 사건도 여러 건 맡고 있다. 한국이라면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이 몇 년씩 매달려야 할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 SEC(증권거래위원회)나 FBI(연방수사국)가 검사와 한 팀을 이루면서 실제 수사를 도맡아주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특별한 법률 조항도 없는데 이런 실질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률적 근거 없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런 협력이 가능할까. 수사 단계에서도 핑퐁식 사건 처리가 만연해 있는데 공판 단계에서 협력이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보완수사권은 권한이자 일이고 책임이다
보완수사권 논쟁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 있다.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하면 억울한 피의자를 걸러낼 수 없다. 수사기록 검토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나중에 잘못된 기소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현재 일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선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보완수사권은 권한인데 왜 검사에게도 주는 것이 맞다고 할까? 권한은 다른 말로 하면 일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법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중요 사건에서는 검사가 대배심 절차를 통해 소환장과 영장을 발부받고 사법경찰관이나 혐의자, 증인을 불러 직접 이야기를 듣는다. 미국의 대배심 절차는 한국 검사의 대면 조사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논쟁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억울한 피의자를 걸러내기 위한 이런 기능만큼은 남겨둬야 한다.
그런 기능까지 없앤다면 검사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된다. 검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제도 ▲검찰시민위원회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실효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이나 사건 관계자들을 면담해 기소 여부를 가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성실하고 무리한 사건 처리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필자가 로펌을 만든 지 4년이 조금 지났다. 그사이 우리 로펌 소속이던 우수한 변호사 세 명이 공직으로 진출했다. 인재를 놓쳐 로펌 입장에서는 손해이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두 명은 검찰로, 한 명은 금융감독원으로 갔다.
여전히 우수한 법조인들이 검찰로 향하고 있다. 인재가 모이는 조직은 희망이 있다. 그러나 검사라는 자리는 고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리는 직업이 어찌 고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사기록을 샅샅이 살피고 당사자를 직접 불러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검찰 일선에서는 검사들이 대면 조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검사들에게 사명감과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한국 검사들도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하도록 하면 좋겠다.
“저는 ○○○ 검사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대리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검사가 자신의 일에 헌신해야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고 편안해진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별명은 타조, 남편은 바게트?... ‘담다미담’, 치명적인 웃수저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6/24/isp20260624000274.400.0.png)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리투오에 에스테필·벨피엔까지”...휴메딕스, 에스테틱 삼총사 앞세워 실적 퀀텀점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오!뜨뜨] 넷플릭스 ‘동궁’→애플TV ‘럭키’…제헌절 연휴 채울 ‘취향저격’ 신작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TSMC가 걷어낸 반도체 고점론?…“AI 수요 더 강해졌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홈플러스 2000억 DIP 극적 합의…파산 위기 넘겼다(종합)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리투오에 에스테필·벨피엔까지”...휴메딕스, 에스테틱 삼총사 앞세워 실적 퀀텀점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