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롤러코스피’에 개미 떠난 증시…증권사 실적도 내리막
- 거래대금 둔화 본격화…레버리지 ETF 규제도 영향
상반기 최대 실적…하반기에는 증권사별 차별화 불가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시 활황을 이끌었던 거래대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실적을 견인했던 브로커리지 효과가 약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방어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상반기 호실적의 배경은 거래대금 급증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이어지며 증시 거래가 크게 늘었고,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이 동시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브로커리지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증권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거래대금 감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65조8219억원에서 6월 60조3607억원, 7월에는 42조9928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달 만에 약 29% 줄어든 규모다.
투자 대기자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5월 말 131조5856억원에서 6월 말 121조6339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7월 말에는 104조1354억원까지 줄었다. 두 달 만에 약 27조원이 증시 대기자금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신용거래융자잔고 역시 감소세를 보이며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도 거래 감소를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된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가 증권사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99조5000억원으로 전월(137조5000억원)보다 27.6% 감소했지만 ETF 거래는 오히려 시장을 떠받쳤다. 7월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1분기(17조8000억원), 2분기(28조원)를 크게 웃돌았으며, 이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261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의 36%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 3000만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거래는 급격히 위축됐다. 규제 시행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평균 회전율은 기존 평균 160%에서 52.5%로 떨어졌고 거래대금도 평균 11조7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약 73% 감소했다.
SK증권은 "현재 데이터는 제한적이지만 이를 7월 거래 규모에 적용하면 규제 강화로 전체 ETF 거래대금이 약 25% 감소하고 일평균 거래대금도 약 8조5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투자자예탁금이 7월 109조7000억원으로 5~6월 평균 130조원 수준에서 크게 감소했고 신용거래융자잔고도 34조5000억원으로 줄었다며 투자심리 위축이 단기적으로 증권사 실적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브로커리지 잔치'…하반기 실적 차별화 전망
상반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거래대금 증가가 이끌었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1조4102억원, 순이익 1조158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식 수수료 수익은 4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3%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NH투자증권도 상반기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 9652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고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지는 7950억원으로 211.7% 증가했다. KB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이 8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0% 늘었으며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각각 123.1%, 155.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역시 시장에서는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지분 평가이익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 예상되고, 삼성증권 역시 거래대금 증가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거래 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월 일평균 거래대금과 고객예탁금이 모두 감소하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은 2분기를 고점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질 경우 증권사 간 실적 격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거래 감소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큰 반면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운용 등 비브로커리지 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거래대금 증가만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수혜를 봤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부동산 PF 시장 회복이 더디고 채권 부문 여건도 녹록지 않아 브로커리지 외 수익 기반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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