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집만 늘린다고 될까…"공급 늘리고 실수요자 돈줄 지켜야"
- 이 대통령 “비정상적 수요·공급 바로잡아야”
이달 말 발표…실수요자 보호·거래 정상화 주목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의 다음 부동산 종합대책이 이달 말 공개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공급과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정책 방향을 직접 밝혔다. 정부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가격을 억지로 낮추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비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을 바로잡아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시장 기능도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관건은 공급과 금융·세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느냐다. 공급을 늘리면서 대출을 옥죄거나, 거래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세 부담을 높이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서로 충돌하는 정책이 시장의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서도 ▲공급 확대 ▲거래 정상화 ▲실수요자 보호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달 말 발표될 종합대책이 단순한 규제 강화에 머물지 않고 시장의 숨통을 틔우면서 실수요자까지 보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동산 대책, 금융·세제 함께 가야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시장 안정 효과를 높이려면 금융과 세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함께 맞춰져야 한다”며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방향이 일부 충돌할 수 있어 금융·세제·인허가·사업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차주의 경제력과 상환 능력을 반영해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소득과 자산, 상환 여력이 다른 차주에게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실수요자까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국민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 제안에서도 확인됐다. 직장과 가까운 지역의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재개발을 정상화해 선호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금과 대출 규제에만 기대기보다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고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에서 공급 확대와 세제 정상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함 랩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보유세를 조정하더라도 시장 상황과 공시가격 현실화 수준을 고려해 예측 가능성과 시장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와 양도세 공제는 실거주자를 중심으로 설계하고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보다 가액을 기준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의 공급 여건을 개선하고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대출 규제가 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하더라도 기존 제도를 믿고 계약한 실수요자까지 영향받으면 정책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책금융 규제가 강화된 뒤 기존 제도를 믿고 청약과 계약을 진행한 무주택자가 예상하지 못한 자금 부담을 떠안았다는 사례가 제시됐다. 정책 시행 전 계약자에게는 경과규정을 적용하고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와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금융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보유세 손보되 ‘매물 잠김’ 막아야
재건축 조합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주비 대출을 받은 조합원이 입주 시점에 강화된 잔금대출 규제를 적용받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정비사업 단계마다 금융제도가 달라지지 않도록 일관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세제 분야에서는 거래 활성화와 정책 신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과도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을 부르는 만큼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보유세만 강화하면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의 부담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양도세 등 거래세 조정을 병행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문위원은 “갈아타기와 주택 규모 축소, 직장 이전 등 실수요자의 이동이 원활하게 세제를 설계해야 한다”며 “정비사업도 이주비 대출과 공사비 갈등 등 사업을 늦추는 요인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다주택자 규제를 유지한 채 보유세만 강화하면 시장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보유세를 높인다면 거래세를 낮추는 등 세 부담의 균형을 맞춰야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규제처럼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해소해야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제안에서는 직장 이전이나 가족 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1주택자를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도세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할 때 기존 보유·거주 기간을 어떻게 인정할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다.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일정 규모 이하 오피스텔과 빌라의 주택 수 산정 기준을 완화하고, 등록 임대 사업자의 역할을 고려해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공급과 금융, 세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반응보다 명확한 목표와 일관된 추진이 중요하다”며 “기존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금융·세제 정책도 함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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