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이젠 물도 못 타나”…‘레버리지 ETF’ 규제 앞두고 개미 셈법 복잡
- 오는 31일부터 개인 ‘20% 투자 한도’…물타기 전략 제동
해외 단일 레버리지 ETF까지 거래 제한…추가 매수 제약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평단을 낮추려고 조금씩 모아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 중인 직장인 A씨는 정부의 추가 규제 방침에 투자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당장 하루 뒤인 오는 31일 부터 손실 구간에서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 앞으로는 투자한도에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증시 변동성 완화라는 정책 목적에는 공감하면서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추가 매수와 투자 선택권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 직후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비중을 개인 금융투자상품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금융투자상품이 1억원이라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최대 2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정 종목 레버리지 ETF에 자산 대부분을 집중 투자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앞서 발표한 기본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장 제한에 이어 개인별 투자 규모까지 관리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더해 과도한 주문과 초단기 매매에 비용을 부과하는 거래 부담 강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를 줄여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20%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다. 현재까지는 총량 규제 도입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좌별로 투자 비중을 산정할지, 여러 증권사 계좌를 합산한 개인 기준으로 관리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투자자에 대한 경과조치도 관심사다. 이미 투자 비중이 20%를 넘는 투자자에게 유예기간을 부여할지, 신규 매수만 제한할지, 일정 기간 안에 비중을 줄이도록 할지 역시 향후 제도 설계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과도한 주문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어떤 거래를 대상으로 할지, 부과 기준과 시행 시기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규제 대상 범위를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번 대책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총량 규제를 개인 금융투자상품 전체를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미국 시장에 상장된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등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안정이 목적이라면 국내 상장 상품에 한정하는 것이 정책 취지에 맞는 것 아니냐"며 "해외 레버리지 ETF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규제 목적과 적용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총량 규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정책이 해외 투자까지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정책의 정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쏠림을 완화하고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매수와 자율적인 포트폴리오 운용까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의 성패가 투자한도 적용 방식과 기존 투자자에 대한 경과조치, 해외 레버리지 ETF 포함 여부, 거래 부담 강화 기준 등 세부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기준을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 충격과 투자자 수용성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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