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4시간 걸리던 보고서 5분 만에”...유통가 불붙은 AX 전쟁
- [AI가 유통을 다시 쓴다]①
침체된 소비 시장...생존 전략 효율성 증대
발 빠르게 움직인 GS...가시적 성과 드러나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통 공룡들이 인공지능(AI)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전환(AX)이 소비 침체로 시름하는 유통 업계의 생존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다. 기업들은 AI가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 및 시간 절감 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들은 이미 AI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AI 성장 아닌 생존 전략
기업의 AX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캐럿글로벌 AX센터가 국내 기업(외국계 기업·기관 및 공기업 포함) 27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1.1%는 조직 내 생성형 AI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AI를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고 답한 기업은 4.1%에 불과했다.
패션·유통·식품 등의 산업군은 AX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도입에 적극적이다. 캐럿글로벌에 따르면 해당 산업군의 AI 에이전트 도입(시범·부분 확산·전사 내재화 포함) 비중은 50% 수준이다.
유통 업계에 부는 AX 바람은 거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과 AI 교육을 들으며 AX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기업인 리플렉션AI와 손잡고 전방위적인 AI 협력을 추진 중이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AX에 힘을 주는 배경에는 유통업의 성장 한계가 있다. 저출산·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소매유통시장의 성장률은 2021년 7.5%에서 2024년 0.8%로 급감했다. 2025년은 전년 대비 소폭 올랐지만 1%대 성장에 그쳤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소매유통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과 고물가, 시장경쟁 심화 등을 저성장의 이유로 꼽았다.
성장 정체는 고매출, 저마진 구조인 유통업에 치명적이다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대형마트·편의점·홈쇼핑 등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여기에 성장 요인마저 사라지면서 유통 기업들은 성장 이전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CEO들과 함께 한 AI 교육 현장에서 “AX는 기업의 성장이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최대 97% 비용 절감 효과 기대
AX에 의한 긍정적인 효과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유통업계에서는 AX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 GS리테일을 꼽는다. 사업 전반에 AX를 적용하며 업무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GS리테일은 AI 활용을 통한 업무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체감 중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의 AI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본사에서 AX 현장 사례 공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의 대표적인 AX 현장 사례로는 ‘점포 진단 사이트’가 있다. 이는 편의점 GS25 현업 담당자가 AI를 활용해 직접 개발한 것으로, 경영주가 점포 운영 현황 및 개선 과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로 인해 현업 담당자의 업무 효율성도 대폭 개선됐다. GS25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 개발 후 담당자의 보고서 작성 시간은 주 4시간에서 약 5분으로 줄었다. 회사는 업무 시간 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관련 사이트 이용 시 외부 솔루션 구축 대비 연간 약 97%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영상 업무에 AI를 활용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GS리테일은 해외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광고 영상을 AI로 제작해 실제 촬영 대비 제작 기간을 최대 80% 단축했으며, 제작 비용을 수천만원 절감했다.
이외에도 롯데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이 AI를 업무 전반에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입점 제안부터 상담까지 모든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하는 AI 비즈센터를 통해 상담 검토 시간을 최대 80%까지 단축했다. 현대홈쇼핑은 협력사 전용 AI 챗봇으로 상담 관련 업무량을 약 80% 줄였다.
AX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는 글로벌 주요 기관들도 인정하고 있다. 맥킨지의 글로벌 AI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노동자의 1인당 주당 평균 절감 시간은 6.4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3.9시간) 대비 64%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요 기업의 보안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아직 AI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조직원들도 많다”며 “다만 AX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회사 차원에서의 관련 역량 강화 주문이 계속되고 있어 업무 전반의 AI 활용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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