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노란봉투법 55점짜리” 교섭 확대 아닌, 분쟁 확대 불렀다 [이코노 인터뷰]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인터뷰
단체교섭 질서 구조화 사실상 실패
새 지침 분쟁을 조정에서 사법으로 이동시킬 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노란봉투법은 100점 만점에 55점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시행 6개월이 넘어선 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하 노란봉투법)에 낙제점을 줬다. 노란봉투법이 본래의 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란봉투법은 기업과의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회사 및 관계사 소속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난 3월 본격 시행된 법률 제도다.
현실이 된 우려…현장 혼란 키워
이준희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주된 목표는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였고, 단체교섭 질서를 새롭게 구조화하는 것이 그에 수반하는 부수적 목표였다”며 “전자의 주된 목표는 절반 정도 달성됐다고 평가되며, 후자의 경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간 단체교섭이 자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사업자는 총 456곳(8월 14일 기준)이며, 실제 교섭에 돌입한 사업장은 22.4%(102곳)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공고를 하지 않거나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청구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 교수가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줄곧 지적해 온 사안이다. 그는 사용자 정의 하나만 고치고 각칙과 절차를 그에 맞춰 신중하게 정비해 함께 개정하지 않으면 노란봉투법은 ‘교섭 상대방의 확대’가 아니라 ‘분쟁 및 소송의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현재의 노사 갈등을 야기한 주요 요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기준(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다. 이는 ▲교섭의 파편화 ▲노사 갈등의 사법화 ▲3면(원청·하청·하청노조) 관계의 절차적 공백 등 각종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교섭의 파편화에 대해 “노동위가 비교적 명확한 일부 의제에 대해서만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나머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가 늘면서 단체교섭 범위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현행 노조법 각칙의 어떤 절차 규정도 하나의 교섭 테이블에서 의제마다 교섭 상대방이 달라지는 상황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의 사법화에 대해서는 “법 규정을 통해 단체교섭 대상과 절차를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노사 모두 법원이나 노동위의 해석, 고용노동부 지침만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3면 관계의 절차적 공백 등 노란봉투법이 구멍투성이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청과 하청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하청에 어떻게 귀속되는지, 그 단체협약이 하청 사용자를 구속할 수 있는지, 교섭 단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가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침 따라도 위법?…오히려 커진 불확실성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신규 지침을 내놨다. 핵심은 이익연동형 N% 성과급과 신규 공장 건립 등 사업 경영상 결정 등이 노사 간 의무 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의 시행 지침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행정부의 지침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지침을 지켰다고 해도 향후 법적 판단을 받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사관계의 현장 당사자들은 정부의 시행 지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면서 “다만 사용자가 해당 지침을 신뢰해 단체교섭을 거부해도 2~3년 뒤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면 형법상 법률의 착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 해석에 대한 신뢰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침을 믿고 쟁의행위를 포기했다가 나중에 법원 판단이 다르게 나오더라도, 노조 입장에서는 한 번 잃어버린 교섭 기회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
이 교수는 “결국 지침의 타당성은 사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검증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침은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의 국면을 조정 단계에서 사법 단계로 이동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정부가 새로운 시행 지침을 발표했음에도 산업 현장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따라 어느 정도 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예상된 일”이라며 “다만 우려되는 것은 성질이 다른 분쟁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원청과 하청노조의 양자 대립이 아닌 원청·하청·하청노조의 3면 구조가 형성되는데, 현행 노조법은 이런 구조를 전혀 예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섭 의제 분할에 따른 파업 정당성 판단과 손해배상 책임 문제 등 현행 법리로 해결하기 힘든 분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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