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아직 세 번째 청구서 남았다”…끝 안보이는 노란봉투법 분쟁 [이코노 인터뷰]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④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사용자성 논란은 시작일 뿐…성과급·경영상 결정 이어 손배까지 쟁점
“정부 추가 지침도 한계…정액 성과급 요구 땐 또 해석 논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 6개월을 맞은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이른바 ‘노란봉투법’ 후폭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법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실질적 지배력’의 모호성이 노동위원회 판정을 통해 현실의 문제로 나타났고, 이제 논란의 무대가 사용자성에서 노동쟁의 범위와 손해배상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원·하청 근로조건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와 법률의 완성도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 모든 상황을 규율할 수는 없지만 일반 원칙은 명확해야 한다”며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모든 것을 규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사안만이라도 최대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위 판단 뒤집혀도 법원 최종 판결까지 수년”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간 가장 먼저 현실화한 문제는 원·하청 관계에서 ‘누가 사용자인가’를 둘러싼 분쟁이다.
박 교수는 특히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차’를 주목했다. 노동위는 현장의 노사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 법원은 기존 법리와 법률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노동위 판정은 비교적 빠르게 나오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청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사이 노조는 노동위 판정을 근거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노동위의 판정이 노동부 해석 지침이나 법원의 기존 해석례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면 노조 입장에서는 그 판정을 가지고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일은 만무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혼란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노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가 60~70%, 기업이 30~40% 정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와 기업이 법 시행 전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용자성 분쟁보다 장기적으로 노사관계에서 다루는 의제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그동안 전통적인 노사 협상의 핵심은 임금과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이었지만 개정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경영 성과의 배분이나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노사갈등의 중심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까지 노동쟁의와 근로조건 개선의 핵심은 임금 인상이었다”며 “앞으로는 임금 외에 기업의 이익 배분 요구와 노동쟁의를 통한 사업 경영상 결정 참여가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원래 목적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원·하청 간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등 새로운 요구가 실제 교섭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노조의 최종 목표가 다른 수당이나 보상에 있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급 요구를 먼저 제시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요구가 교섭 또는 노동쟁의 대상인지부터 다퉈야 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교섭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N%만 막는다고 해결되나”…추가 지침도 빈틈
정부가 9월 3일 추가 시행 지침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교수는 행정지침만으로 법률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경영 성과급 문제를 들었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이른바 ‘N% 성과급’ 등에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노조가 요구하는 형식을 바꾸면 다시 해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조가 ‘우리는 N%를 요구하지 않고 1인당 얼마씩 요구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N%라는 하나의 형식에 꽂혀 그것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급 방식이 아니라 경영 성과급의 성격에 관한 원칙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의 이익을 사후에 배분하는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협의해서 결정할 사항이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기된 요구가 정부 지침 하나로 사라지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투쟁하던 노조가 ‘지침에서 아니라고 하니 포기하겠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쟁의가 현실화할 경우 해당 쟁의행위의 적법성을 둘러싼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해석 지침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어야 한다”며 “입법에 시간이 걸린다면 그때까지 우선 지침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순서로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행 6개월은 노란봉투법의 성패를 판단할 시점이 아닌 법이 품고 있던 쟁점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때라고 짚었다.
특히 사용자성 문제와 노동쟁의 범위를 넘어 아직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지 않은 손해배상 문제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쟁의가 늘면서 불법 점거나 불법 쟁의가 발생할 경우 개정법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가 다음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첫 번째 이슈가 원·하청 관계였고 두 번째가 노동쟁의에 관한 문제라면 아직 세 번째 손해배상 문제가 남아 있다”며 “지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입법 전까지 지침으로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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