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상담 비용만 건당 1억…기업 로펌 자문료 3배 늘었다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③
기업 노무 상담 비용 늘고 현장 혼란 커져
애매모호한 법률…원·하청 갈등 확산 우려
원청을 향한 하청 노동조합의 직접 교섭 요구가 빗발치면서 일부 기업은 이미 예년보다 3배 더 많은 법률 자문 비용을 지출하는 등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하청을 둔 원청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대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중소기업 건설사의 시공 현장에서는 하청 직원들이 현장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폭등하는 자문료…예측 불가인 공포
법조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전후로 주요 법무법인의 초기 노무 상담 비용은 건당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을 웃돌기도 한다. 법무법인과 의뢰 기업의 규모에 따라 건당 비용의 편차는 더 커진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기업이 1억원을 지출해 노무 상담을 받은 뒤 노사 분쟁이 현실화하면 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하청 교섭 창구가 하나 열리면 기업의 지출 비용은 또 늘어난다.
A 기업의 사례는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들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업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6개월(3~8월) 간 법무법인에 지급한 자문료가 작년 대비 3배가량 늘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새롭게 교섭해야 하는 하청 노조가 증가했다”며 “노사 교섭 사례가 다양해지고, 빈도 역시 늘면서 법률 자문 검토가 늘었다”고 말했다.
B 기업은 노란봉투법에 의한 갈등 사례를 학습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간 사용자성 판단 및 쟁의 범위 확대로 노조 교섭 요구가 증대되는 타 기업들의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나면 결국 분쟁 대응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와 갈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C 기업은 극심한 현장 혼란을 우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법외 단체 등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불완전한 법률”이라며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별로 기준이 달라 하나씩 문제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법의 후폭풍은 대기업만 겪는 것이 아니다. 원·하청 관계가 명확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D 중소 건설사의 대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D사 대표는 “하청 직원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최근에도 하청 노동자 6명이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 찾아와 무언의 압박을 하고 갔다”면서 “다른 현장에서는 작업 방해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는 공사 기간에 민감하다.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노사 간 갈등은 건설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는 관련 법 시행 전부터 존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설문 조사가 대표적인 예다.해당 설문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7%는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이런 이유로 응답 기업들의 99%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국회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혼란·불안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이 본격화하는 10월 이후부터 기업의 부담이 대폭 늘어나고 노사 간 분쟁이 뇌관처럼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노란봉투법은 노조에 더 유리한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법”이라며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 측은 노조 측 임금을 더 올려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노동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행 지침을 발표했지만 상위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침의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노사 교섭은 통상 연초부터 진행되는데,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해를 넘기기도 한다. 가을께에는 협상이 어려운 노조의 파업 등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향후 노사간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 교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와 교섭 대상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노조의 파업이나 노사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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