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드는 노란봉투법 2.0...사용자성·경영권·손해배상 해법은?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⑥
삭제·예외·경영권 보호…국회가 내놓은 처방 서로 엇갈려
정답 하나 없는 ‘보완의 방식’…전문가들 대안은?
[이코노미스트]는 10건의 개정안 가운데 각 접근방식을 대표하는 김태규·나경원·김소희·이진숙 의원안 4건을 골라 현행 조문의 어떤 문구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 살펴봤다.
여기에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에게 현행법을 직접 다시 쓴다면 사용자성·노동쟁의·손해배상 조항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물어 ‘노란봉투법 2.0’을 제시한다.
삭제부터 대체근로까지…국회가 다시 쓴 노란봉투법
김태규 의원안은 사용자 정의를 규정한 노조법 제2조를 시행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현행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 김 의원안은 이 문구를 삭제한다.
현행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김태규 의원안 <해당 확대 조항 삭제>
법이 정한 사용자 개념을 직접 근로계약 관계를 중심으로 한 기존 체계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어느 정도 관여하면 사용자가 되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나경원 의원안은 확대된 사용자 개념을 없애는 대신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문턱을 다시 설정한다.
현행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
나경원 의원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동일시할 수있을 정도로 사용자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는 자’>
단순히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넘어 원청이 실제 고용주와 동일시할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이 있어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다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나 의원안은 노동쟁의 범위에도 손을 댄다. 현행법이 노동쟁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한 것과 달리 기업의 투자나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현행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
나경원 의원안 <인사·경영권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제외>
투자나 구조조정 등 기업의 전략적인 의사결정 자체가 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소희 의원안은 사용자 정의 자체를 다시 쓰지는 않는다. 대신 산업안전과 관련해 원청이 취한 조치는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이다.
현행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조치도 사용자성 판단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음
김소희 의원안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조치는 ‘지배·결정’으로 보지 않음>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거나 안전관리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오히려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다만 임금이나 근로시간, 인력배치 등 다른 근로조건에서는 현행 사용자성 판단구조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진숙 의원안은 사용자성뿐 아니라 노동쟁의와 대체근로까지 여러 조항을 함께 수정한다. 사용자성에서는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경영주체인지를 판단기준으로 명시한다.
현행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
이진숙 의원안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인사·노무관리 권한과 예산·조직 등을 갖춘 독립적 경영주체라면 원청 사용자성 제외>
하청업체가 자체적인 인사·노무관리 능력을 갖춘 독립 기업이라면 원청을 다시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도록 경계를 긋는 것이다. 다만 독립적인 법인과 조직을 갖춘 하청업체라도 특정 근로조건을 실제로 원청이 결정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남는다.
노동쟁의 범위에서는 인사권 행사와 경영상 판단에 따른성과급 산정·지급, 자산운영 등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
이진숙 의원안 <인사권 행사·경영상 판단에 따른 성과급 산정 및 지급·자산운영 등 제외>
쟁의행위가 발생했을 때 파업 참가자의 50% 범위에서 외부인력 등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체근로도 허용한다. 현행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만 다시 정의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사용자인지, ▲무엇을 놓고 쟁의할 수 있는지, ▲파업 때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손보는 방식이다.
국회와는 또 다른 해법…전문가들이 다시 쓴 노봉법
국회의 개정안과 별개로 법학자들은 현행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모호한 문구를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지순 교수는 사용자성의 핵심인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표현을 보다 명확한 요건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이 ‘고용주와 동일시될 수 있을 정도의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실질적 지배력’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 사용자가 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 논의 단계부터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쟁의에서는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 결과로 발생하는 근로조건을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구조조정 여부 자체는 경영권의 영역으로 두되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 대상자 선정이나 보상기준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교섭할 수 있도록 둘을 분리해 경계를 긋는 방식이다.
손해배상은 여러 면책·책임제한 규정을 정리하고 감액에 필요한 핵심 규정 중심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준희 교수는 사용자성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원청이 사용자인지 여부에 대한 세부 판단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조치만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자고 했다.
노동쟁의 문제 있어서 한발 더 나갔다. 현행법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는 문구 자체를 삭제하고 임금·근로시간·지위·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를 중심으로 노동쟁의를 다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에 포함하면서 발생하는 경영권 논란을 법문에서부터 줄이자는 취지다.
손해배상에서는 반대로 규정을 구체화했다. 개인별 책임을나눌 때 쟁의행위의 기획·지시·주도 정도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명시하고 임금채권과 노조 조합비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 노조가 쟁의에 나섰다가 이후 행정소송에서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에 대비해 판정을 믿고 이미 벌인 쟁의행위를 보호하는 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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