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14억 인도 문 두드린 CJ ENM…K콘텐츠 수출 넘어 수익화 시험대
- 아마존 광고형·구독형 OTT에 2년간 콘텐츠 100여편 공급
이용자 6억명에도 낮은 수익성…현지 제작·사업모델 구축 관건
다만 인도 진출이 실질적인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판매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인도는 언어와 문화, 소득 수준의 지역별 격차가 크다. OTT 이용자 6억명의 거대 시장을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만들려면 단순 콘텐츠 공급을 넘어 인도 시장에 맞는 콘텐츠와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왜 인도로 향하나
CJ ENM이 인도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있다. CJ ENM은 최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인도와 전략적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광고형 OTT인 MX플레이어에 이어 구독형 OTT까지 공급망을 넓힌 것이다.
이번 협력은 지분 투자나 합작법인 설립이 아닌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이다. 현지에 직접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보다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시장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다.
현지화도 강화한다. 인도 주요 지역 언어 더빙과 영어 자막을 제공하고, 과거 라이브러리 중심이던 공급 방식도 신작 위주로 확대한다. CJ ENM 관계자는 “인도 시청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콘텐츠업계도 인도를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주목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5월 뭄바이에서 ‘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콘’을 열었다. 양국 기업 46개사가 1141만달러(약 162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업무협약(MOU) 5건을 체결했다.
인도는 약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인구 국가다. 젊은 인구와 스마트폰 보급 확대, 저렴한 데이터 요금에 힘입어 모바일 콘텐츠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맥스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인도 OTT 이용자는 약 6억명, 유료 가입자는 1억4000만명을 넘어섰다. 광고형 무료 OTT(AVOD)와 구독형 OTT(SVOD)가 함께 성장하면서 지오핫스타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큰 시장이 ‘돈 되는 시장’ 아냐
문제는 시장 규모가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는 언어와 종교, 문화가 지역별로 크게 다르고 소득 수준과 디지털 접근성에도 격차가 있다. OTT 이용자(6억명)과 유료 가입자(1억4000만명) 사이의 간극도 크다. 이용자 수만으로 콘텐츠 구매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 시장은 수익률이 굉장히 낮다 보니 수익이 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며 “인구가 많다고 해서 그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공급은 초기 진입 전략으로 의미가 있다. 현지 법인이나 제작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CJ ENM이 넷플릭스·아마존·HBO 맥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멀티 윈도’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장기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단순 라이선스 판매를 넘어 현지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인도는 힌디어뿐 아니라 타밀어, 텔루구어 등 다양한 지역 언어가 사용되고 종교와 문화적 배경도 크게 다르다. 하나의 전략으로 인도 전체를 공략하기 어려운 만큼 현지 소비자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도 인도 시장에서 초기에는 고전했다. 2016년 진출 당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현지 콘텐츠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후 현지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고려해 저가 요금제를 도입하고 인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글로벌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현지 소비자의 가격 수준과 문화에 맞춰 사업 모델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크래프톤이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인도의 도로·기후·생활환경을 반영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개발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를 중저가 스마트폰에 맞게 최적화하고 크리켓 스타와 볼리우드 배우 등을 활용해 현지 콘텐츠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가기보다 현지 소비자의 생활방식과 문화에 맞춰 다시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CJ ENM의 현지화 전략은 아직 지역 언어 더빙과 자막, 신작 공급 등 유통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콘텐츠가 현지 플랫폼에 진입한 것과 인도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보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현지 제작사·창작자와 공동 제작하거나 리메이크에 나서는 등 콘텐츠 제작 단계로 협력을 넓힐 필요가 있다.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낮은 수익성을 극복할 사업모델도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 전략은 초기 시장 진입 방식으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지 법인 설립이나 제작시설 투자에 앞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쟁력을 입증하면 공동 제작이나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진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여지도 있다.
김 교수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콘텐츠 유통 창구를 넓히는 것은 시장 진입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략”이라며 “당분간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멀티 윈도 전략을 확대하면서 현지 수요와 수익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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