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야합’이라더니 미국 가서 홍보?…고려아연, MBK·영풍 ‘명칭 도용’ 경찰 고발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5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 그리고 윤종하 MBK 부회장,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들이 사전 협의 없이 사업명과 주 이름을 결합한 도메인을 등록자 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등록하고, 지난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사업 명칭을 크게 내건 리셉션을 개최해 현지 정부와 지역사회에 사업 주체에 대한 오인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조치가 이어지자 영풍·MBK 측은 입장문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모든 주주의 회사"라며 "회사의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최대주주로서 너무나 당연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행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은 참석자들의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행사장에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과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한 장세환 대표는 엄밀히 따지면 고려아연의 주주인 영풍의 공식 임원도 아니다. 명확한 공식 직책 없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대외 행보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함께 참석한 윤종하 부회장 역시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일 뿐,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특정 사업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MBK·영풍 측의 과거 행보와의 모순점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MBK·영풍 측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를 두고 '야합',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등의 강경한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MBK·영풍 측 추천 이사들은 미국 제련소 건설 및 투자 유치 관련 6개 안건 전체에 반대표를 던졌고,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사업 추진 자체를 막아서려 했다.
최근 MBK·영풍 측은 당시 반대한 것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거래 구조였을 뿐 프로젝트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 구조 전반을 와해시키려 했던 주체가 현지에서는 정작 사업 주체처럼 행세한다는 자가당착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연관해 시장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이 상표나 명칭의 단순 무단 사용 문제를 넘어,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경계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인지 묻는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상법상 주주의 의결권과 회사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경영권 및 업무집행권은 엄격히 구분된다. 최대주주라는 명분만으로 공식 대표이사나 이사회의 의결 절차 없이 회사의 핵심 사업을 대외에 설명하고 홍보하는 행위는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이해관계자들에게 혼선을 안길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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