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재현 회장 꽂힌 美 시장…CJ “‘K-라이프스타일’로 2028년 매출 12조 달성할 것”
- 작년 북미 매출 8조…8년 새 10배 넘게 성장
식품·콘텐츠·뷰티, 소비자 일상 경험으로 연결
[로스앤젤레스(LA·미국)=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문화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미국인의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저희는 ‘K-라이프스타일의 일상화’라고 부릅니다.”
허민회 CJ그룹 경영지원대표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CJ그룹은 30년 이상 미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고, 식품·콘텐츠·뷰티 분야의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K-웨이브 인기를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CJ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힐튼 글렌데일에서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비전’ 발표회를 열고 북미 사업 성과와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공개했다.
CJ는 그룹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는 2028년 북미 매출 12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개별 사업과 브랜드 중심의 해외 진출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이 미국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재현 회장, 3개월 만에 LA 재방문
CJ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지난 5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미국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 언급한 북미 성장 방향을 구체화한 결과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미 모든 사업을 K-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해 미국 소비자의 일상으로 확산해야 한다”면서 사업 간 시너지 강화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약 3개월 만에 LA를 다시 찾으며 북미 시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젊은 세대가 K-콘텐츠·K-푸드·K-뷰티를 일상으로 즐기는 K-라이프스타일의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지난 14일 이 회장은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케이 컬렉션’(K-COLLECTION) 부스를 방문했다. 비비고 부스에서는 미국에서 최근 출시된 비비고 김치 누들을 직접 맛봤다.
지난 15일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이즈나(izna) ▲아일릿(ILLIT) ▲제로베이스원 등의 무대를 감상하기도 했다.
그는 “30년 전 ‘문화가 미래(산업)’라는 믿음에서 CJ의 문화 사업이 출발했듯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CJ는 1995년 드림웍스에 투자하고 지난 2012년 KCON을 개최하며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8년 DSC ▲2019년 슈완스 ▲2021년 피프스시즌 등을 인수하며 식품·물류·뷰티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CJ의 북미 누적 투자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9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서며 8000억원가량을 기록한 지난 2017년 대비 10배 이상(연평균 약 33%) 성장했다.
CJ가 미국을 핵심 성장 시장으로 삼은 이유는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자 글로벌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전략 거점이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4년 글로벌 가계 소비 비중도 31% 수준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CJ의 주력 분야인 ▲식품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라이프스타일 소비는 미국 가계 소비의 4분의 1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김진식 CJ아메리카 공동 대표는 “문화 수용성이 높고 트렌드 확산이 빠른 잘파세대를 중심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 경험을 넘어 식품·뷰티 등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K-팝과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K-팬덤이 K-푸드와 K-뷰티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며 일상적인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CJ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글로벌 K-컬처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000명 중 30%가량이 ▲K-푸드 ▲K-뷰티 ▲K-팝 ▲K-콘텐츠 등 K-카테고리 전반을 모두 구매·소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개 이상 구매·소비한 응답자는 75%에 달했다. ▲K-외식 ▲K-콘텐츠 ▲K-팝 등을 실제 구매·소비한 비율(경험도)은 지난 2024보다 약 12~13%포인트(p)씩 두 자릿수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식품 성공 전략, 상온 상품에도 적용”
CJ는 소비자 변화에 따른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2단계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브랜드별 현지화와 생산·유통 기반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식품 ▲콘텐츠 ▲뷰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소비자가 꾸준히 경험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진식 CJ 아메리카 대표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의 습관적·반복적 소비로 확장하고, 이것이 다시 오프라인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그룹 사업 간 공동 브랜드 마케팅과 사업 모델 협업을 확대하고, KCON과 비비고, 올리브영 등 소비자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발표회에서는 K-푸드의 북미 성장 전략도 함께 소개됐다. CJ제일제당은 아시안 식품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비비고’를 앞세워 미국 주류 식품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인프라와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냉동식품에서 입증한 성공 방정식을 상온 보관(Shelf Stable) 제품으로 확장해 비비고를 대표적인 글로벌 K-푸드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페데리코 아레올라 CJ슈완스 아시안식품 BU장은 “상온 보관 상품에서도 냉동식품만큼의 성과를 낸다면 매출이 최소 2~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1인용 비비고 보울 ▲잡채 만두 ▲호떡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제품 혁신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위 ‘Asian Destination’이라고 불리는 판매 전략도 세웠다. ▲전채 요리 ▲메인 음식 ▲사이드 메뉴 등을 한 공간에 모아 고객이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페데리코 BU장에 따르면 Asian Destination 전략을 냉동식품에 적용했을 때 전채 요리를 사러 온 고객이 메인 음식을 구매하거나 메인 음식을 사려다가 디저트를 함께 고르는 등 유통 채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비비고의 북미 성과는 K-푸드가 미국 소비자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만두에 이어 ▲햇반 ▲치킨 ▲김스낵 ▲김치 ▲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GSP)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비비고를 세계 어느 식탁에서나 즐기는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가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 14~16일 미국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LA 2026’은 K-팝을 중심으로 K-푸드와 K-뷰티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K-라이프스타일 축제다. 콘텐츠에서 출발한 관심을 실제 소비로 확장하는 관문 역할을 맡는다.
올해 미국에서 처음 개최한 ‘올리브영 페스타’는 전 세계 소비자가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직접 만나는 체험의 장으로 진화했다. 올해는 미국에 동반 진출한 중소·인디 브랜드가 현지 고객 접점을 넓히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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