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 커지는 수소트럭, 글로벌 경쟁 재점화
인프라 까는 中·日·EU…韓 주도권 시험대
18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 7월 다임러트럭, 볼보그룹과 수소연료전지 합작법인 ‘셀센트릭’(Cellcentric) 지분 참여를 위한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마무리되면 세 회사는 셀센트릭 지분을 각각 33.3%씩 보유하게 된다.
셀센트릭은 2021년 다임러트럭과 볼보그룹이 각각 50%씩 출자해 만든 수소연료전지 전문 기업이다. 대형 트럭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번 협력을 통해 셀과 소재, 스택 등 연료전지 핵심 기술을 셀센트릭에 제공할 예정이다.
다시 뜨는 수소상용차
대형 상용차 시장의 강자인 다임러트럭과 볼보그룹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 토요타까지 합류하면서 업계의 시선도 다시 수소상용차로 향하고 있다. 세 회사의 협력이 대형 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과 양산 확대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소상용차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물류 운송의 특성이 있다.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는 탄소중립 정책과 디젤 상용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친환경 상용차 전환 필요성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특히 중·장거리 운송에서는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측면에서 수소전기트럭이 배터리전기트럭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행 거리와 용도에 따라 두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경쟁은 완성차 업체끼리의 기술 싸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EU 등 주요국은 이미 수소상용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와 정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을 먼저 만드는 것만큼 실제로 수소상용차가 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1차 시범도시군 사업을 통해 5개 지역에 약 85억위안, 우리 돈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성과 연계형 지원 재원을 마련했다. 연료비 지원과 통행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약 4만대와 수소충전소 574개소를 보급했다.
올해 3월에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대형 트럭과 장거리 물류를 중심으로 수소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여러 산업에서 수소 수요를 함께 늘려 2030년까지 최종 수소 판매가격을 ㎏당 25위안 이하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일본도 움직이고 있다. 동서 주요 간선 노선에 향후 10년간 수소상용차 1500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수소 대동맥’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노선에서 연간 7500톤 규모의 수소 수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소 상용 모빌리티 확산을 위한 규제 완화와 비용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U는 규제와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새로 등록되는 트럭과 버스 등 대형 차량의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과 비교해 2030년 45%, 2035년 65%, 2040년 90% 줄이도록 하고 있다. ‘유로7’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관리 기준도 강화했다.
수소충전소 구축 기준도 마련했다. EU의 대체연료 인프라 규정(AFIR)에 따라 회원국은 2030년까지 범유럽교통망(TEN-T) 핵심 네트워크를 따라 200㎞ 간격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도심 거점마다 최소 1곳의 공공 수소충전소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기술과 운행 경험 측면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차는 2020년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이후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우루과이 등 글로벌 물류 현장에 차량을 투입했다. 올해 7월 기준 누적 주행거리는 2700만㎞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술 우위를 시장 우위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수소상용차 경쟁의 무게중심이 차량 개발에서 충전과 정비, 운영 체계를 포함한 생태계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소전기트럭이 실제 물류 현장에서 얼마나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운행될 수 있는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한국도 정부가 주도하는 수소 물류회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물류 축을 중심으로 수소 물류회랑을 지정하고 중장기 수소상용차 보급 전략과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함께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대형 수소화물차 수요를 만들고 안정적인 운행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 가격뿐 아니라 실제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수소화물차의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연료 보조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화주와 운송사업자가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약 42.7%가 버스와 화물차, 특수차 등 상용차에서 나온다. 한국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61%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상용차 시장을 대표하는 다임러트럭·볼보그룹과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토요타와의 협력이 수소상용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부각하고 시장에 활력을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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