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배당수익률’ 함정에서 벗어나라”…주주가 챙겨야 할 진짜 지표는
- [주주환원 실익]②
총주주환원율·감액배당 등 입체적 가치 검증해야
주가 하락이 만든 ‘고배당 착시’ 위험…수치에만 현혹되면 자본 손실 위험
애플의 저배당 착시와 TSR…주가 상승으로 장기 투자자에 이익 안겨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증시에 ‘밸류업’ 바람이 불면서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발표는 주식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를 올리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직접 이익을 안겨주고 이를 계기로 주가가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기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대표적인 착시 현상은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경우다. 예를 들어 주당 2만원인 A 기업이 매년 1000원의 배당을 해왔다면 이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5%로 볼 수 있다. 그런데 A 기업이 배당을 똑같이 유지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1만원으로 반토막 났다면 배당수익률은 10%로 올라간다. 배당금 자체는 늘어나지 않았고 기업의 본업 경쟁력 하락 등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도 ‘수치상’으로는 고배당주로 포장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이런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가 받을 배당보다 주가 하락으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유형의 몇몇 기업은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단기간 배당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배당을 줄이거나 멈출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낮은 배당수익률’에도 애플 장기 투자자가 웃는 이유
반대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배당수익률이 낮아 보이는 기업도 있다. 미국의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매년 4차례 분기 배당을 한다. 올해도 지난 2월과 5월, 8월에 주당 약 0.26~0.27달러 수준의 배당을 실시했다. 연간 배당금이 주당 1달러 수준으로 주가 대비 연간 배당수익률은 연 0.3~0.4% 수준이다.
그런데 주가 상승률을 분석하면 애플의 주주들이 기업의 배당 정책에 왜 불만을 갖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1월 애플의 주가는 약 12달러, 2016년 1월에는 약 25달러, 2021년 1월 약 130달러, 2026년 1월 약 27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8일 340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하면서 8월 18일 기준 3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짧은 기간을 놓고 보면 등락을 거듭했지만 5년마다 약 2배로 주가가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고려하지 않아도 주가 상승을 통해 충분히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2019~2021년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애플은 꾸준한 성장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할 때 주주가 진짜 따져봐야 할 지표는 현금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그리고 이로 인한 주가 상승분까지 모두 합산한 총주주수익률(TSR)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TSR은 주주가 특정 기간 동안 보유한 주식에서 얻은 현금 배당 수익과 주가 변동에 따른 자본 이득을 모두 반영한다. 단순히 주머니에 꽂히는 배당금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본을 어떻게 활용해 총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지 합산 수치로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권이 이끄는 환원 다변화…‘세금 0원’ 감액배당
국내 자본시장에서 다각도로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곳은 금융권으로 꼽힌다. 그동안 한국 금융주는 매년 최고 실적을 내면서도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만년 저평가주’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현금 배당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사주 소각과 분기 배당, 감액 배당 등을 다각도로 결합하면서 주가가 오르고 시장의 평가가 바뀌었다.
주목할 만한 주주환원 방식 중 하나는 감액 배당이다. 감액 배당이란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이익 배당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달리 감액 배당은 세금이 붙지 않아 ‘비과세 배당’으로도 불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현금 배당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세금 손실 없이 환원액을 그대로 주주 통장에 넣어주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감액 배당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23년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감액 배당으로 2307억원을 받으면서다. 조 회장이 2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으면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액 배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같은 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00억원 이상 배당을 받으면서 1000억원 넘는 세금을 낸 것과 비교하면 감액 배당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감액 배당이 대주주에게 특히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일면서 감액 배당 대상자가 대주주에 해당하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일반 주주의 경우 비과세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주주환원 궁극적 목표는 주당 가치 상승
우리금융도 지난 2024년 비과세 배당 재원을 3조원 규모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조3000억원 규모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는 5~6년간 비과세 배당을 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가 배당 확대 등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아예 감액 배당이라는 ‘비과세’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규모도 작고 실적이 나쁜 편이어서 주가가 (다른 금융지주를)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주주환원 확대 방안으로 비과세 배당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환원을 기대하고 기업에 투자할 때 ‘올해 배당금을 얼마 주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기업이 나의 주당 가치를 얼마나 올려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이 다양한 혜택을 활용해 총주주환원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때 장기 투자자가 모이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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