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산업스파이 처벌법’ 박균택 의원…“기술과 인재, 국경 넘기 전에 막겠다”
- [산업스파이, 대한민국을 훔치다]⑦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산업스파이 가중처벌 특별법 대표 발의
해외 배후 추적·범죄수익 환수까지 겨냥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기술유출 범죄를 단순한 기업 간 분쟁으로 보지 않는다. 국가 경제안보를 흔드는 문제로 보고, 사후 처벌보다 조기 인지와 차단에 무게를 둔 법적 대응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인재 지켜낸다는 의지
박 의원이 특별법을 고민한 직접적인 계기는 광주 군공항 이전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단지는 단순하지 않다. 공장만 들어선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연구인력이 모이고, 핵심 공정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다.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인데, 박 의원은 이 지점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박 의원은 기술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공장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것만큼 그 안에 쌓이는 기술과 인재를 어떻게 지킬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지금의 반도체 패권경쟁은 누가 더 많은 공장을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과 인재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기술이 해외로 완전히 넘어간 뒤 유출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피해도, 국가적 손실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기술 유출을 처벌할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이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별도의 특별법까지 만들 이유는 명확했다. 현행 법체계만으로는 최근의 기술탈취 범죄를 온전히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기존 기술보호 법률은 보호 대상 기술을 지정하고 관리하거나,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정부나 해외기업이 배후에 있는 초국경적·조직적 기술탈취를 하나의 국가안보 범죄로 다루기에는 빈틈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방첩활동과 국제공조, 경제간첩죄에 대한 장기 공소시효, 피해 기업의 수사·재판 참여 등 기술유출 범죄에 필요한 절차도 여러 법에 흩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급한 사각지대는 기술이 해외로 넘어간 뒤 국내 실행자만 처벌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유출 이전부터 범죄의 배후를 밝히고 추가 유출을 차단할 통합적인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산업스파이 범죄에 필요한 형사절차와 피해 기업 보호장치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기술유출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박균택 의원실에 따르면 핵심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21년 9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적발된 사건만 103건이다. 2020년 이후 국가경제 피해액도 약 23조원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이 기술유출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다.
박 의원은 “핵심기술 해외 유출의 증가 추세와 피해 규모, 국가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이미 기업 간 분쟁을 넘어 국가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첨단기술이 해외 경쟁기업에 넘어가면 피해 기업뿐 아니라 국내 생산기반과 일자리, 후속 연구개발 역량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모든 영업비밀 유출을 국가안보 범죄로 묶겠다는 뜻은 아니다. 특별법의 적용 대상은 외국 세력이나 국외 사용과 관련된 국가핵심산업정보 침해행위로 한정한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산업스파이를 단순히 회사 자료를 반출한 사람이 아니라, 외국정부나 해외기업 등을 위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비공개 정보를 빼내거나 유출·사용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특별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해당 정보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핵심산업정보’인지, 외국 세력의 이익이나 국외 사용과 관련된 행위인지 등 법에서 정한 침해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영업비밀 분쟁이나 직원의 자료 무단 반출이 곧바로 산업스파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 의원은 “일반 사내 자료를 반출한 경우에는 기존 법률에 따라 처리한다”며 “국가핵심산업정보를 외국정부나 해외 경쟁기업 등을 위해 부정하게 취득·반출하거나 국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침해한 경우 특별법을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벌을 세게 만든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유출 사건은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부터 어렵다. 범인을 찾아도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로 오랜 기간 수사 현장에 있었던 박 의원 역시 이 점을 산업기술 유출 수사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반도체 같은 국가핵심기술은 내부자가 자료를 복제하거나 해외 서버, 제3자를 거쳐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입은 기업조차 기술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이유다. 정보기관이 수집한 첩보가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첩보만으로 재판을 할 수는 없다.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법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로 만들어야 한다.
박 의원은 “법이 약해서만도, 발견하기 어려워서만도, 입증하기 어려워서만도 아니다”며 “이 세 가지 문제가 함께 얽혀 있는 것이 산업기술 유출 수사의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기관을 신설하거나 어느 특정 기관이 모든 역할을 주도하기보다 각 기관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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