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독파모 정예 3사, 챗GPT·제미나이 독주 흔들까 [AI 주권 미래는]①
- 수백조원 자본력 앞세운 빅테크와 체급 차이
전문가 AI·에이전트·국산 NPU로 특화시장 공략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2차 관문을 지났다. ‘국가대표 AI’ 후보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3사로 압축됐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글로벌 시장의 벽은 높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는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인프라를 앞세워 종합적인 AI 성능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외산 모델과의 정면 승부보다 한국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 특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백조원 쏟아붓는 빅테크…커지는 체급 차이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자본과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한 빅테크의 과점 체제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올해 벤처투자 조달액은 3660억달러(약 509조원)로 나머지 49개 주 합산액의 3배를 웃돈다.
오픈AI는 단일 투자 라운드에서 1220억달러를 유치했다. 앤트로픽은 기업가치 2조달러(약 2780조원)를 목표로 100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연간 자본지출을 최대 2050억달러(약 303조원)까지 늘리며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성능 격차도 뚜렷하다.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성능 지표인 ‘AAII’에서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 5’와 오픈AI ‘GPT-5.6’ 등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은 최근 60점대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독파모 3사의 대표 모델인 ▲업스테이지 ‘솔라 오픈2 250B’는 37점 ▲SK텔레콤 ‘에이닷엑스 K2’는 35점 ▲LG AI연구원 ‘K-엑사원 2.0’은 31점에 머물렀다. 자본과 인프라뿐 아니라 종합 성능에서도 체급 차이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독파모가 필요한 이유로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꼽는다. 최종현학술원은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산 AI에 대한 원격 접속은 다른 국가의 정책이나 안보 판단에 따라 예고 없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성하는 ‘추론 궤적’의 유출 위험도 있다. 추론 궤적은 AI가 해답에 도달하기까지 접근한 데이터와 논리적 단계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기업의 영업 기밀이나 국가의 정책 맥락이 포함될 수 있어 해외 서버를 경유하면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최소한의 접근 권한을 확보하는 ‘접속 주권’과 외부망이 차단돼도 자국 인프라에서 핵심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운용 주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공공·금융·제조 분야는 엄격한 망 분리와 개인정보보호 규정으로 해외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의 진입이 제한된다. 보안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독파모가 외산 모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평가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이사는 “소버린(주권) AI의 요체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드는 데 있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고 통제해야 할 지점과 외부와 협력할 지점을 분명히 구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면 승부 피한 3사…‘한국형 특화시장’ 공략
독파모 3사는 범용 챗봇 경쟁을 피하고 ▲전문가 AI ▲산업 특화 에이전트 ▲국산 AI 반도체 연계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고난도 산업 영역에 특화한 ‘전문가 AI’를 앞세웠다. 코스콤과 함께 출시한 ‘엑사원 BI’ 기반 주가 예측 데이터 상품 ‘AEFS’가 대표적이다. AEFS는 매일 한·미 증시 8000개 종목을 분석해 4주간의 주가 예측 점수와 투자 전문가 수준의 설명을 제공한다.
‘환각’ 현상을 줄이는 데도 주력했다. 답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시와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제시한다. 정확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금융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다만 금융에서 검증한 전문가 AI를 의료·법률·제조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사업 모델도 입증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연결한 ‘풀스택’을 내세웠다. 6880억개 매개변수 규모의 ‘에이닷엑스 K2’에 MoE(전문가 혼합) 기술을 적용했다. 질문의 종류와 난도에 따라 필요한 신경망만 활용해 전력과 계산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명을 넘어선 AI 비서 ‘에이닷’의 운영 경험과 20여개 전문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바탕으로 금융·모빌리티·세무·돌봄 분야의 ‘에이전틱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경상 SK텔레콤 AI CIC(사내회사)장은 기고문에서 “미래 AI 경쟁은 가장 좋은 모델을 한 번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연결해 가장 빠른 ‘지능의 개선 루프’를 돌리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규모 모델을 운영하고 개선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통신에서 축적한 이용자 기반과 운영 경험이 다른 산업에서도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업스테이지는 거대언어모델(LLM) ‘솔라’와 국산 AI 반도체의 결합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포털 ‘다음’과 모델을 연계하고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의 NPU(신경망처리장치)와 협업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퓨리오사AI 백서에 따르면 2세대 NPU ‘RNGD’는 엔비디아의 ‘RTX 프로 6000’보다 전력 소비를 30~44% 줄이고 와트당 처리량을 1.3~1.5배 높였다.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엔비디아 중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호환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서비스에서도 성능과 비용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전체 AI 계층에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메모리뿐 아니라 NPU와 시스템 최적화처럼 이길 수 있는 분야에서는 확실하게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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