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한’ 페라리 VS ‘뺀’ 애스턴마틴…슈퍼카의 엇갈린 승부수
- 경량화 전담 3개 팀 꾸린 애스턴마틴…DBX S 최대 47㎏ 감량
첫 전기 스포츠카 내놓은 페라리…루체 최고출력 1050마력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페라리는 배터리를 더했고, 애스턴마틴은 무게를 뺐다. 지난 8월 24일 국내에서 나란히 신차를 공개한 두 슈퍼카 브랜드가 성능을 높이는 상반된 해법을 내놨다. 페라리는 전동화를 새로운 성능의 수단으로 택했고, 애스턴마틴은 내연기관과 경량화에서 답을 찾았다.
페라리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루체’를, 애스턴마틴은 고성능 S 라인업인 ‘DBX S’와 ‘DB12 S’ ‘밴티지 S’를 공개했다. 전기모터의 출력과 제어력을 앞세운 페라리와 가벼운 차체·내연기관의 주행 감각을 강조한 애스턴마틴의 선택이 엇갈렸다.
전기모터 대신 다이어트 택한 애스턴마틴
가장 적극적으로 무게를 덜어낸 모델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DBX S다. ‘DBX707’을 기반으로 한 DBX S는 최대 47㎏까지 가벼워진다. DBX 최초로 적용한 카본파이버 루프만으로 루프레일을 포함해 약 18㎏을 덜어냈다. 23인치 마그네슘 휠을 선택하면 단조 알루미늄 휠보다 약 19㎏이 더 줄어든다.
DB12 S 역시 최대 약 38㎏을 덜어냈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기본 적용해 기존 스틸 브레이크보다 현가하질량을 27㎏ 줄였고, 선택 사양인 티타늄 배기 시스템을 적용하면 스테인리스 스틸 배기 시스템보다 11.7㎏을 추가로 감량할 수 있다. 무게를 덜어내면서 최고 출력은 기본 DB12보다 20마력 높인 70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배터리와 전기모터, 충전 시스템 등이 추가되면서 차량 무게가 많이 늘어난다. 휴즈 총괄은 PHEV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차량 무게가 평균 20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를 더하더라도 늘어난 무게가 차체 반응과 조향 감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애스턴마틴의 판단이다.
고객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애스턴마틴에 따르면 애스턴마틴을 찾는 고객들은 현재 전동화 모델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의 흐름만 좇아 전기모터를 얹기보다, 고객들이 애스턴마틴에 기대하는 강력한 내연기관과 주행 감각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게 애스턴 마틴의 판단이다.
배터리 택한 페라리
페라리의 선택은 정반대다. 무게를 덜어내기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새로운 성능의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루체는 이런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루체에는 내연기관이 없다. 대신 네 바퀴에 각각 하나씩 모두 4개의 독립 전기모터를 달았다. 페라리 역사상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다.
루체는 122kWh 배터리와 결합해 합산 최고 출력 1050마력(CV)을 낸다. 애스턴마틴이 전기모터로 늘어나는 무게를 경계했다면, 페라리는 전기의 힘으로 고성능을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택했다.
성능도 슈퍼카답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5초, 시속 200㎞까지 6.8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10㎞다.
페라리는 루체를 단순히 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꾼 차로 설명하지 않는다. 기존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동화를 통해 브랜드의 가능성과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에 이어 순수전기차까지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애스턴마틴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물론 페라리가 당장 내연기관을 밀어내고 전동화에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판매 비중을 보면 페라리의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은 지난 2024년 전체 출고의 51.3%로 처음 내연기관차를 넘어섰지만, 2025년에는 42%로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출고 6802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이 30.4%, 내연기관은 69.6%였다. 아직은 내연기관의 선호도가 높은 셈이다.
애스턴마틴도 마찬가지다. 애스턴마틴의 첫 PHEV 슈퍼카 ‘발할라’는 이미 전동화 기술을 품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PHEV와 순수 전기차를 함께 운영한다는 방향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애스턴마틴 내부에선 내연기관의 감성과 주행 성능을 지키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전동화 흐름 속 내연기관 슈퍼카의 가치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전동화 모델이 늘어날수록 대배기량 엔진과 배기음, 기계적인 주행 감각을 그대로 간직한 자동차의 희소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판매량이 많지 않은 초고가 시장에서는 효율이나 친환경성보다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이 여전히 두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슈퍼카 시장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엔진에서 나오는 특유의 소리와 진동, 운전자가 차와 직접 교감하는 감각까지 상품의 중요한 일부”라며 “대부분의 업체가 전동화로 간다면 내연기관을 끝까지 유지하는 슈퍼카 브랜드의 희소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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