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실종 한국인 9명은 어디에' 네팔 홍수 엿새째, 헬기 막혀 육로·드론·임시매장까지
- 현장 접근 막히자 육로·드론 투입, 기업 총수들도 네팔행
하루 수백 구 시신 수습, 냉동시설 부족에 임시매장도
엿새째 생사 확인 못한 한국인 9명
“사방이 물보라” 현장소장 증언..수색은 여전히 ‘첩첩산중’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네팔을 덮친 물과 토사가 수색길마저 끊어놨다. 폭우가 휩쓴 네팔에서 한국인 9명의 행방이 엿새째 묘연하다. 현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유실된 데다 헬기 운항까지 잇따라 막히면서 정부와 기업들은 육로와 드론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는 수습된 시신을 보관할 시설마저 부족해 신원 미상 희생자를 임시 매장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31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네팔 중북부에서 발생한 대홍수 이후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등 9명이다.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은 이날 일부 인력을 육로로 사고 현장 인근에 투입할 계획이다. 전날 소방청 요원들이 트리슐리강 인근 누와코트 지역까지 이동해 도로 상황을 점검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하루 안에 사고 현장 주변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중 수색은 현지 당국의 운항 허가가 변수다. 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는 30일 임차 헬기를 각각 1대씩 투입하려 했지만 네팔군이 항공 혼잡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아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도 민간 헬기 2대의 운항을 신청하고 드론을 활용한 수색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지 지형과 상황을 잘 아는 실무급 직원 2명을 추가 파견했다. 현장 대응 인력은 14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도 네팔로 이동해 수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두 사람은 카트만두에 마련된 대책본부에서 구조된 직원들과 현장 대응팀을 만나 상황을 공유하고,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과 수색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산그룹은 사고 직후 네팔 라수와 지역에 500만 달러(약 70억원)의 긴급 지원도 결정했다.
한국남동발전도 조영혁 사장 직무대행을 포함한 2차 현지대응반 9명을 추가 파견했다. 기존 인력까지 포함하면 총 20명이 현지에서 수색과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 지형과 교통·통신 여건에 익숙한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해 실질적인 수색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 A씨는 당시 상황의 긴박함을 전했다. 그는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사방이 물보라로 뒤덮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3~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에는 건너편 캠프의 사무동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A씨는 연락이 끊긴 직원들에 대해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이 있어 심리적으로 비통하고 애통한 마음뿐”이라며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네팔 전역의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네팔 재난 당국에 따르면 30일 기준 네팔 내 사망자는 최소 788명, 실종자는 2502명이다. 중국 티베트 지역 피해까지 합치면 양국의 사망자는 최소 804명, 실종자는 3048명으로 늘었다.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네팔 당국은 11곳 이상의 수력발전소 현장에서 최소 933명의 작업자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 3A·3B 발전소 터널에는 100명 이상이 고립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네팔군 구조대는 토사에 파묻힌 트리슐리 3A 발전소 터널 상부를 뚫고 파이프를 설치해 공기를 주입한 데 이어 내부 진입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내부를 향해 소리를 질렀음에도 아직 별다른 응답은 확인되지 않았다. 산소 장비와 카메라를 갖춘 구조대원을 터널 안쪽으로 추가 투입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폭우는 구조 작업의 최대 변수다. 트리슐리강 수위가 다시 상승하면서 굴착 작업이 중단되는 등 기상에 따라 작업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산사태로 강을 막아 만들어진 자연댐이 추가로 붕괴할 가능성도 제기돼 현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도 한계에 다다랐다. 병원과 시신 안치시설이 포화되면서 네팔 당국은 신원 미상 희생자들을 임시 매장하기 시작했다. 29일 96구를 임시 매장한 데 이어 30일에도 100여 구를 추가로 매장했다.
당국은 매장에 앞서 DNA 시료와 사진, 지문·치아 정보, 유류품 등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신원이 확인되면 유족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다. 네팔 정부는 국제사회에 냉동 시신 보관시설 1000개 이상과 DNA 검사 장비, 법의학 장비 및 전문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인 9명의 행방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은 육로와 항공 수색을 병행하며 현지 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헬기 운항이 막힌 상황에서 드론과 육로 수색까지 동원되는 등 실종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총력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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