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갚을 돈 없다" 채무조정 10만명 육박…금리까지 오르자 '벼랑 끝
- 채무조정 3년 새 56% 증가…상반기 9만7199명
장기연체 개인워크아웃 2분기 5년래 최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받는 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채무조정 확정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장기 연체자의 개인워크아웃은 최근 5년 사이 분기 기준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력까지 커진 만큼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사전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을 합한 채무조정 확정자는 9만7199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에 들어가는 차주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12만1095명이었던 채무조정 확정자는 ▲2023년 16만7370명 ▲2024년 17만4841명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56.1% 늘어난 규모다. 올해도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확정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확정자 가운데 개인 채무조정은 8만5044명, 자영업자 채무조정은 1만215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조정을 신청한 전체 채무액은 5조7426억원에 달한다.
연체 시작부터 못 버텨…고령층 증가세↑
특히 본격적인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차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크게 신속채무조정과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으로 구분된다. 연체 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는 신속채무조정, 31~89일은 사전채무조정,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는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만6766명에서 지난해 5만3551명으로 3년 만에 3.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7003명이 신속채무조정을 확정받았다.
고령층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70대 이상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23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684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도 1015명에서 5339명으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60대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800명, 70대 이상은 1008명에 달했다. 두 연령층을 합하면 전체 신속채무조정 확정자의 14.1%를 차지한다.
상환 능력이 이미 크게 떨어진 장기 연체 차주도 증가하고 있다. 90일 이상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2022년 8만952명에서 지난해 9만9912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5만5213명이 개인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특히 2분기에만 3만54명이 확정되면서 최근 5년간 분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빚 조정받고 또 대출…커지는 ‘재차입’ 부담
채무조정을 거친 뒤에도 생활자금이 부족해 다시 돈을 빌리는 취약차주도 늘고 있다.
신복위는 채무조정을 받은 뒤 일정 기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차주에게 긴급 생활안정자금 등을 소액으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성실상환자 소액대출 신청은 2만6703건으로 신청금액은 788억3500만원에 달했다. 특히 2분기 신청은 1만4893건, 470억1900만원으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신청 건수와 금액 모두 가장 많았다.
빌리는 금액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평균 신청금액은 약 320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230만원보다 90만원가량 증가했다. 채무조정을 통해 기존 빚의 부담을 낮춘 뒤에도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취약차주의 상환 여건은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소득이나 자산 여력이 부족한 차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가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박성훈 의원은 “빚을 버티지 못하는 국민이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라며 “단순히 빚을 조정하고 다시 대출해주는 사후처방에 머물 것이 아니라 취약차주가 연체와 재차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채무관리와 재기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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