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퇴직금 막히자 감액배당, 이제는 RSU…회장님의 ‘돈 받는 법’
- [재벌가의 보상 방정식]①
경영자 보상부터 대주주 배당까지 총수 일가 활용법
세법 바뀔 때마다 달라진 방식…RSU 규율 논의 필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2024~2025년 실시한 감액배당으로 3600억원의 현금을 배당 받았다. 최근에는 현금 대신 주식도 등장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에서 부여받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지난해 말 평가액은 2682억원에 달한다.
총수 일가가 회사에서 현금과 주식을 확보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양해졌다. 경영자로서는 급여·퇴직금·RSU를, 대주주로서는 배당과 감자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별 세제와 규제 변화 속에서 달라진 재벌가의 ‘돈 받는 법’을 살펴봤다.
초과·감액 방식으로 ‘수백억 배당’ 만들기
대한항공은 2015년 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을 변경해 회장의 경우 월평균 보수에 직위별 지급률 6개월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회장으로 1년 일할 때마다 월급 6개월분이 퇴직금으로 쌓이는 구조다. 여기에 조양호 전 회장의 39.5년 근속기간 등이 반영됐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600억원대에 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기업들에서 거액의 임원 퇴직금이 잇따르면서 세법상 규율이 강화됐다. 임원 퇴직금 가운데 세법상 한도를 넘는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는 식이다. 거액의 임원 퇴직금에 대한 세제상 혜택에도 한계가 생긴 셈이다.
오너가 주주라는 지위를 활용한 방식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차등·초과배당이다. 최대주주가 자신의 배당을 포기하거나 적게 받고 자녀 등 특정 주주에게 지분율보다 많은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도그룹 사례가 눈에 띈다. 반도홀딩스는 2014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권홍사 회장의 아들 권재현씨가 2015년 지분 30.06%를 확보한 이후 2017년까지 3년간 639억원을 배당했다. 당시 권 회장이 자신의 배당을 받지 않는 차등배당을 실시하면서 상당액이 권씨에게 돌아갔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정부는 2016년부터 최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해 특수관계인이 더 받은 배당분이 있을 시 여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초과배당을 통한 부의 이전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방법은 유상감자다. 금복홀딩스는 2015년 발행주식 40만8000주 가운데 3만8900주를 소각하고 감자대금 200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김동구 회장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어 감자대금은 모두 오너 일가에 돌아갔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유상감자는 과거 불균등 감자 등을 활용해 세 부담을 낮추는 절세전략에도 활용됐다”며 “최근에는 관련 과세제도가 보완되면서 과거와 같은 절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불균등 감자 등 자본거래를 통해 특정법인 지배주주가 얻는 이익에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보완됐다.
감액배당으로 3626억원…올해부터 과세
최근에는 감액배당이 주목받았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대신 자본준비금을 줄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활용 기업이 빠르게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츠금융지주다. 메리츠금융은 2024~2025년 총 6890억원을 감액배당했고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이 받은 금액은 3600억원을 웃돌았다. KISCO홀딩스 역시 감액배당을 실시하면서 장세홍 회장 일가에 100억원대의 비과세 배당이 돌아갔다.
다만 정부는 올해부터 상장사 대주주 등이 받는 감액배당은 주식 취득가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배당소득세를 부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최근에는 현금 대신 주식을 받는 RSU가 새로운 오너 보상 방식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RSU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 자체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받은 보수 455억8000만원 가운데 375억9000만원이 RSU 관련 보상이었다. 2023년 부여 당시 약 28억원 수준이었던 주식 가치가 두산 주가 상승으로 실제 지급 시 13배 이상 커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규모는 더 크다.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에서 부여받아 아직 지급되지 않은 RSU의 시장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682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현재 손에 쥔 돈이 아니라 미지급 RSU의 평가액으로, 향후 주가와 지급조건 등에 따라 실제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RSU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상 명시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톡옵션과 달리 일반적인 RSU는 부여 대상이나 수량 등을 직접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미비한 데다, 부여 당시 주식 수가 정해지더라도 향후 주가가 오르면 최종 보상가치는 수백억~수천억원대로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오너 경영인에게 대규모 RSU가 지급될 경우 보상 규모의 적정성과 주주 통제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향후 제도적 과제로 꼽힌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그룹 총수 일가들은 과거 세제상 유리한 현금 배당 등의 방식을 많이 택했지만 이후 정부가 규제를 옥죄면서 최근에는 주식 보상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라며 “RSU 방식을 택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조세당국도 이 방식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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