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운 라면’ 검색해도 종목 찾는다”…메리츠證, ‘모음’으로 리테일 공략
- 리테일 비중 7%대 그쳐…증시 호황 속 성장동력 확보 과제
AI·글로벌 커뮤니티 앞세워 고객 접점 확대…리테일 반격 시동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메리츠증권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투자 커뮤니티를 결합한 신규 투자 플랫폼 ‘모음(MOUM)’을 선보이며 리테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종목명을 몰라도 제품이나 테마만으로 관련 주식을 찾고, 해외 투자자 반응부터 AI 분석, 실제 거래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 무료화로 고객과 자산을 빠르게 늘린 데 이어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리테일 부문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은 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론칭 행사를 열고 약 1년 6개월간 준비한 금융 AI 플랫폼 ‘모음(MOUM)’을 공식 출시했다.
MOUM은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매매 기능에 검색과 투자정보, 글로벌 커뮤니티, 금융 특화 AI를 결합했다. 기존 MTS인 ‘SMART’를 대체하지 않고 병행 운영하며 온라인 전용 종합 투자계좌 ‘Super365’도 그대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정확한 기업명을 몰라도 ‘매운 라면’과 같은 일상적인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종목과 투자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기존 MTS가 이미 알고 있는 종목의 시세를 확인하고 거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관심 있는 제품이나 테마에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는 과정까지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계좌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투자정보와 커뮤니티를 열람할 수 있고 소셜 로그인 시 게시글 작성이 가능하다. 메리츠증권 계좌를 연결하면 실제 매매와 보유·관심종목에 기반한 개인화 AI 분석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커뮤니티도 차별화 요소다. 자체 종목 커뮤니티에 미국 소셜 투자 플랫폼 스톡트윗츠(Stocktwits)와 글로벌 핀테크 기업 위불(Webull)의 커뮤니티를 연동했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 미국 종목의 주가가 급변할 경우 국내 관련 뉴스가 나오기 전 현지 투자자들이 어떤 이슈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다. 해외주식 투자에서 발생하는 언어 장벽과 정보 시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금융 특화 AI로 분석까지…“기존 트레이딩 앱 넘어설 것”
금융 특화 생성형 AI도 전면에 배치했다. 금융 특화 AI 기업 윈스턴(WNSTN)과 위불의 ‘Vega AI’를 도입해 투자정보 수집부터 요약·번역·분석까지 AI를 적용했다. 기업 실적과 뉴스, 리포트의 핵심 내용을 AI가 정리하고 이용자는 대화형으로 궁금한 내용을 추가 탐색할 수 있다.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이장욱 메리츠증권 이노비즈(Inno Biz) 본부장 전무는 “MOUM은 기존 증권사의 통상적인 트레이딩 앱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AI 기능을 하나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차세대 개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AI가 투자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MOUM AI가 투자 조언이나 미래 수익률 예측이 아닌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윈스턴과 협력해 AI 전·후처리 단계에 금융 규제 준수 검증을 적용했지만 생성형 AI 특성상 답변의 정확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범위도 순차적으로 넓힌다. 이날 국내주식과 미국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1월 국내주식 신용대출, 미국주식 소수점 거래와 ‘미국주식 주식 모으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이 MOUM을 앞세워 리테일에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증권업계 수익구조의 변화가 자리한다. 개인투자자 거래가 늘면서 리테일 부문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기업금융(IB)과 운용에 강점을 둔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수혜가 제한적이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순익 비중은 올해 1분기 7%대로 대형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26개 증권사의 평균 리테일 비중은 50.65%로 1년 전 34%대에서 크게 늘었다.
실적은 성장했지만 리테일의 이익 기여도는 아직 낮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별도 순이익은 5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지만 위탁매매 순영업수익은 901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삼성증권(9391억원)과 KB증권(8010억원)보다 전체 순이익도 낮다. 발행어음 사업 진출까지 경쟁사보다 늦어진 만큼 리테일을 비롯한 수익원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이 먼저 꺼내든 카드는 수수료였다. 2024년 11월부터 Super365 계좌의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며 공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무료 수수료 효과로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Super365 고객 수는 올해 5월 50만명을 넘어섰고 예탁자산도 30조원을 돌파했다. 리테일 전체로 보면 2분기 말 고객 수는 52만6567명으로 1년 전보다 89.3% 증가했다. 예탁자산은 같은 기간 35조4000억원에서 71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관건은 늘어난 고객과 자산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무료 수수료는 단기간 고객 유입에는 효과적이지만 외형 성장이 곧바로 위탁매매 수익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 경쟁사 역시 수수료 인하와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어 가격만으로 고객을 장기간 붙잡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MOUM 출시를 기점으로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전략도 고객 확보에서 고객 활성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Super365와 수수료 무료화를 통해 고객과 예탁자산을 늘렸다면 앞으로는 검색과 AI, 글로벌 커뮤니티 등을 앞세워 실제 거래를 확대하고 고객의 플랫폼 체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계좌가 없는 투자자에게도 투자정보와 커뮤니티를 개방해 비고객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뒤 소셜 로그인, Super365 계좌 연결,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11월 신용대출과 미국주식 소수점·적립식 투자까지 추가되면 고객당 거래와 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난다.
외형 성장 다음은 수익성…리테일 체질 개선 시험대
다만 메리츠증권은 향후 수수료 경쟁력을 상품·서비스 경쟁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MOUM의 구체적인 목표 이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MOUM이 외형 성장을 수익성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수수료 무료화로 고객과 예탁자산을 빠르게 늘린 만큼 앞으로는 실제 거래 활성화와 리테일 수익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MOUM이 안착할 경우 IB·운용에 편중된 메리츠증권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메리츠증권은 오랜 기간 기업금융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쌓아왔지만 이를 개인투자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접점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MOUM은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축적한 금융 전문성과 다양한 투자정보를 개인투자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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