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다음 목적지는 한국”…美 웨이모·中 포니AI가 온다
- [한국 도로 선점 나선 美·中 로보택시] ①
‘모범택시’ 같은 웨이모, 中 4대 도시 뚫은 포니AI
상용화 성공 업고 한국 진출 채비…자율주행 주도권 경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만난 웨이모 로보택시의 첫인상이다. 웨이모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웨이모 로보택시는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가속과 감속은 부드러웠고, 지정된 정차 지점에 정확하게 차를 세웠다. 운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던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현실이 됐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수천 대의 로보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돈을 번다. 이제 이들의 시선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포니AI가 국내 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 웨이모도 한국 법인을 세웠다. 단순히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을 넘어섰다. 자율주행 기술과 이동 서비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까지 차지하려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의 경쟁이 한국으로 번지고 있다.
中에서 쌓은 포니 AI 상용화 경험
가장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곳은 중국 포니AI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포니AI는 국내 자율주행 기업 퓨처링크와 손잡고 2028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 200대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니AI가 한국 시장을 두드리는 배경에는 중국에서 쌓은 상용화 경험이 있다. 포니A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글로벌 로보택시 운영 규모는 1975대다. 연말까지 이를 3500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중국 내 ‘포니파일럿’ 등록 이용자도 150만명을 넘어섰다.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실제 승객을 태우고 돈을 받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은 높다. 안전요원이 탑승한 시험주행을 시작으로 무인 시험, 승객 탑승, 유료 영업까지 단계별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검증을 통과했다고 곧바로 상업 운행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험 거리와 사고 여부, 사람의 개입 빈도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포니AI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중국 4대 핵심 도시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업 운행 허가를 확보했다. 이들 도시 모두에서 일반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완전 무인 서비스를 시작한 첫 업체다.
사업은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포니AI의 올해 2분기 로보택시 사업 매출은 1210만달러(약 163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691.2% 늘었다. 승객에게 직접 받은 운임 매출은 같은 기간 849.3% 증가했다. 로보택시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약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포니AI는 로보택시 외에도 자율주행 화물차인 로보트럭과 자율주행 솔루션 사업을 병행 중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포니AI는 우버와 손잡고 유럽에서 2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4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유럽 첫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향후 유럽 4개 도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니AI가 현재 계획하거나 협의 중인 해외 로보택시 물량만 4000대를 웃돈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포니AI는 라이다, HD맵, 룰 기반 시스템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온 대표적인 1세대 사업자”라며 “최근 중국에서는 포니AI뿐만 아니라 E2E(End-to-End) AI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포니AI가 있다면 미국에는 웨이모가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는 세계 로보택시 시장에서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증을 넘어 대규모 유료 운행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만 1500만회의 자율주행 승차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자가 미국 LA에서 직접 이용한 웨이모 역시 단순 실험용 차량보다는 이미 완성된 이동 서비스에 가까웠다.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당시 약 15분 거리 기준 우버와 리프트의 요금은 20달러(약 2만7000원) 안팎이었지만, 웨이모는 약 15달러(약 2만원)였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이나 승차감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운행 지역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을 시작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덴버와 샌디에이고, 탬파까지 진출 지역을 넓혔다. 현재 미국 내 사업 지역은 14곳에 이른다. 유럽에서도 독일 뮌헨에서 시험 운행을 시작해 이르면 2027년 말 상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운행 경험이 쌓이면서 데이터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웨이모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완전 자율주행 누적 거리는 1억2700만 마일에 달한다. 같은 지역의 일반 운전자와 비교하면 중상 사고 발생률이 90% 낮았다는 게 웨이모 측 설명이다. 실제 도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달린 경험이 기술 경쟁력으로 다시 축적되는 구조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것도 이 대목이다. 탑승 전 가장 큰 걱정은 ‘운전자가 없다는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동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낄 만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 글로벌 로보택시 경쟁이 기술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의 완성도를 겨루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웨이모도 최근 한국에 발판을 마련했다. 포니AI처럼 국내 투입 대수나 서비스 시작 시점을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지난 7월 ‘웨이모코리아’를 설립하며 사업 기반부터 갖췄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공급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여객자동차 운수업까지 사업 목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로보택시 시장을 이끄는 미국과 중국 업체가 잇따라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국내 자율주행 산업도 새로운 경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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