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135조 늘 때 연체는 2배…은행권에 번지는 ‘부실 경고등’
- 3년 반 새 주담대 21% 증가할 때 연체채권 120% 급증
3개월 이상 연체 1.4조…고정이하여신도 1.7조로 두 배
전북은행 연체율 0.95%…집단대출 부실도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최근 3년 반 동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가량 증가하는 사이 연체채권은 두 배 넘게 불어났다. 3개월 이상 돈을 갚지 못한 장기 연체와 고정이하여신까지 함께 증가하면서 대출 규모의 확대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잔액은 2022년 말 644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7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3년 반 동안 134조9000억원, 20.9%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연체 규모는 훨씬 가파르게 불어났다. 원리금이 1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1조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120% 증가했다. 대출 잔액 증가율의 약 5.7배에 달한다.
연체채권은 2023년 말 1조6000억원에서 2024년 말 1조9000억원, 지난해 말 2조1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다시 1000억원가량 늘면서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단순 연체 넘어 장기 부실도 늘어
문제는 단순히 연체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연체가 장기화하거나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5000억원에서 2023년 말 9000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 말에는 1조1000억원, 지난해 말에는 1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6월 말에도 1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3년 반 전과 비교하면 약 2.8배다.
금융회사가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을 합한 고정이하여신 역시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들도 이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대손충당금은 2022년 말 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000억원으로 세 배가 됐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44.5%에서 51.1%로 높아졌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하거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차주의 경우 금리가 오를수록 가계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화할 경우 현재의 단기 연체가 장기 연체나 부실채권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가 은행권 건전성 관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행 연체 5000억 넘어…지방은행도 '빨간불'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 규모가 두드러졌다. 올해 6월 말 농협은행의 연체 잔액은 5117억30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이 3680억20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 3419억6000만원 ▲하나은행 3026억6000만원 ▲신한은행 2168억8000만원 순이었다.
농협은행은 2022년 말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연체액이 1346억1000만원이었지만 ▲2023년 말 2417억6000만원 ▲2024년 말 3822억2000만원 ▲지난해 말 4434억3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연체율이 단기간에 뛰는 모습도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9%에서 올해 6월 말 0.95%로 0.76%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액 역시 52억6000만원에서 328억1000만원으로 약 6.2배가 됐다.
전북은행의 경우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대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일부 신규 분양주택 집단대출에서 대규모 연체가 발생한 것이 연체액과 연체율을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2022년 말 0.14%에서 올해 6월 말 0.4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0.14%에서 0.43%, Sh수협은행은 0.17%에서 0.45%로 높아졌다.
반면 은행별 흐름이 모두 같지는 않았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0.19%로 2022년 말보다 0.08%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0.38%에서 0.16%로 오히려 낮아졌다.
박성훈 의원은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와 집단대출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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